LG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첫 야수를 3라운드에 지명했다. 예상밖에 3라운드까지 남아있던 거물을 저렴하게 3라운드에서 확보하는 대성과를 거뒀다. 그 주인공은 김재현(LG-SK에서 뛴 캐넌히터 김재현, 현SK 김재현아님), 김현수, 하주석 등의 거물 야수들을 배출한 경력이 있는 신일고의 우투좌타 3루수 문보경. 182cm에 89kg으로 코너 내야수치고 키는 크진 않지만 탄탄한 체격을 지닌 내야수다. 1학년 중 배명고에서 신일고로 전학 가면서 바로 주전 3루수로 출전하게 된 선수로 2학년 성적만 해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371 .483 .486). 고2때 3할 7푼의 타율은 정확도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수치. 놀라운 사실은 고3이 되면서 기량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코너 내야수로서 다소 아쉬웠던 파워를 보완한 문보경은 경이로운 성적을 보여줬다(.402 .531 .696 5홈런). 장타력 부분에서 매우 유의미한 변화를 겪으며 7할에 가까운 장타력을 기록했고, 그 와중에 정확도 또한 한층 더 발전한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뛰어난 타격 재능과 향상시킨 장타력의 기반은 꾸준했던 선구안이었다. 2학년 때(11볼넷 9삼진)와 3학년 때(24볼넷 20삼진) 모두 삼진보다 많은 개수의 볼넷을 수확하면서 타석에서 만큼은 약점이 없는 타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발이 빠르진 않지만 도루도 9개(고2)-6개(고3)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주루 센스도 나쁘지 않다. 수비 관련해서는 우선 강한 어깨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준수한 수비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운동능력이 좋아 보이진 않고, 수비에서 좀 둔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중학교때 유격수 출신이라는 것이 의문스러울 정도. 프로 레벨의 타구 스피드에 따라갈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 든다. 그러나 양석환의 군 입대라는 요소 때문에 프로 입단 후 3루수로 뛰어줄 필요가 있다면 3루 알바, 1루 본업으로 전향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프로에서 그가 성공하려면 그것이 더 어울린다.

문보경이 프로에서 타격과 관련해서는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데려간 팀이 LG라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아마추어 거포 야수와 LG의 만남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 그 무서운 박병호도 LG시절은 실패로 점철된 기간이었고 김상현, 정의윤, 박경수, 최승준 등의 거포 야수들도 LG시절은 전혀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 채은성과 양석환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며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에 군대를 가야하는 양석환을 생각하면 프로 입단 후에도 3루를 봐줘야 하긴 한다. 하지만 LG 입단 이후 비약적인 수비의 성장을 보인 선수가 없었기에 3루수 문보경도 조금은 걱정이 된다. 어차피 입단하자 마자 1군 레벨에서 뛰는 것보다 어느정도 2군에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양석환의 군 공백 기간동안 외국인 타자를 3루에 뽑고 1루는 김용의, 서상우, 김대율 등의 선수들에게 스탑갭을 겸해 기회를 주면서 그 기간동안 문보경을 1루로 전향시키는 것이 어떨까.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타격에 집중하게 한다면 그는 LG의 거포 야수 잔혹사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성공할 재능이 충만한 선수다. 여기에 문보경 1루, 양석환 3루 체제가 된다면 김현수도 본인의 자리인 좌익수 내지는 박용택이 은퇴한다면 지명타자로 가면서 본인의 타격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어쨌건 LG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여차하면 하위권 픽을 가진 팀들이 1라운드에서 지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던 문보경을 3라운드에 저렴하게 지명하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저렴하게 지명한만큼 못 키울 것 같으면 잽싸게 팔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노짱도 뽑았고 유장혁까지 뽑아서 타타타타로는 안뽑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