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순서는! 영원한 힙합씬의 여전사, 재키와이 입니다!"

관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재키와이? 나 초딩때 인디고 그 재키와이?"

"여자 래퍼 수명 2년 어쩌구 하더니, 아직도 랩하고 있었어? 정규 2집은 나왔나?"

"졷망한 아옴그 탈주하고 브린이랑 회사 차렸다며?"

"ㅇㅇ 벌써 3년 전인가 그런데도, 소속사에 아직 자기네들 둘 밖에 없대ㅋㅋ"

싸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갈래 머리를 한 래퍼 한 명이 무대위로 터벅터벅 올라온다.
그리고 자막으로 뜨는 래퍼 소개, Jvcki Wai (34)

익숙한 체크무늬 남방에 하네스 벨트, 연한 보라색으로 염색한 머리..아 그 재키와이 맞구나.
얼핏 10년 전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는 비주얼이었지만
중계 카메라에 잡힌 그녀의 머리에는 과한 탈/염색의 부작용인지 슬슬 새치들이 보였다.

첫 무대를 여는 곡은 EZ + Go Back
'그나마' 가장 최근에 발표했던 곡 메들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두 노래를 기억하는 관객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반복되는 훅을 늘려서 떼창을 유도했지만 반응은 저조했고
무대는 다음 곡으로 재빨리 넘어간다.

이어서 흘러나온 띵
역시 양홍원 한요한 부분을 빼니,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본인 인트로랑 훅 외에는 많지 않다.

연령대가 있는 관객들은 기억나는 양홍원을 따라해보지만
근 몇년째 슬로모 떡밥만 던지고 딘처럼 영원히 잠수해버린 한 남자의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다.
물론 재키와이의 2집도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더군다나 영구제명 당한 오○○, '그 녀석'의 파트가 시작되자,
안그래도 다운된 분위기가 얼어붙다 못해 북극의 크레바스처럼 갈라져서 초전박살이 나고 말았다.

'....씨발...'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잊혀져버린 가엾은 한요한의 파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녀는 답답했던 양갈래 머리를 풀고, 그녀의 필살기,
"Enchanted Propaganda"을 꺼낸다.

나~안..고칠~ 수없~ 는병~ 에 걸렸 써어어어..

어째 10년전과는 다른 저조한 호응..
그도 그럴것이 특유의 못배워 쳐먹은 제스처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 곡에서,

어느덧 서른 중반에 들어서자 굳을 때로 굳어버린 몸과,
줄담배로 인해 실컷 가버린 목소리를 듣자하니,
진짜로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려버린 듯한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어느덧 관객들은 무관심을 넘어서 '측은지심'에 빠지고야 말았다.

멘탈을 반쯤 놓아버린 상태로
"한달 월급" "저작권료" "병1신 세달 월급"을 외치는 그녀를 뒤로하고, 자연스레 화장실 or 담배타임이 열리면서
그녀의 복귀무대는 슬슬히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