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변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성향인데

학교에서도 내가 생각한 답이랑 다른 애들이 말하는 답이 다르면 뭔가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싶어서 그게 정답이라도 그냥 말 안하고 속으로 삼킴

발매된 곡들을 들을 때도 댓글에서 남들이 좋다는 곡들을 들을 땐 뭔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좋은 것 같고 그런 것들이 싫어서 내 고민 중 하나였음

근데

심바는 달랐음

유튜브를 틀면 날이면 날마다 홀릭 숑키 채널에 올라와 있는 심바 디스곡 영상들

그 영상 속 댓글창에서 심바의 랩 실력과 가사 펀치라인을 칭찬하는 사람들 (주로 심바를 형이라고 부름)

하지만 나한테 들리는 건 별 병신같은 가사 속 내용과 수준낮고 재미없는 펀치라인, 가사 한 마디 할 때마다 끝음 처리에서 느껴지는 과한 발음이었음

김상민이랑 디스전 뜰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면에서 김상민이 이긴 것 같은데

김상민 디스곡 댓글엔 별 선비 새끼들이 가사가 레전드다 랩 존나 못한다 이게 래퍼냐 이지랄떨면서

심바 댓글엔 '랩 지리네 심바 진짜 리스펙', '심바의 가장 큰 잘못은 짐승한테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김상민이랑 격이 다르네' 이런 개 지랄 염병을 하고있음

커뮤에서도 심바 빨아주고 유튜브에서는 니체 그 븅신같은 가사 쳐 분석하고 있는 댓글이 베댓이 되어있고..

근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단 한번도 심바의 랩이 좋다고, 적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음. 맹세코.

대체 왜 랩할 때마다 단조로운 플로우에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일차원적인 펀치라인, 더러운 가사에 쉬프트 누른 것처럼 과한 발음(이거 쒸프트랩이라고 한 사람 있었는데 존나 잘 지었음)

분위기에 휩쓸리는 내가 싫고 내가 음악을 평가하는 기준이 사람들의 평가가 아닌지 라는 내 나름대로의 고민을 심바가 해결해준 것 같아서 고마운 맘도 조금 있다

음악은 안 들을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