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장욱이 눈앞에 있는 진부연이 바로

그토록 그리워하던 무덕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장욱은 이미 심서를 읽는 방법을 알았고,

그 방법으로 무덕이의 마음을 읽었다.

그러니 장욱이라면 충분히 같은 방법으로

진부연 안의 있는 낙수의 혼을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으니까.

그러다가 장욱이 왜 그녀를 알아보고도

절대로 아는 체 할 수 없다고 했는지.

왜 그녀를 아는 체하면 베야만 한다는 각오를

해야만 했는지. 이해하게 됐고,

그것을 토대로 무의식의 영역에서는

이미 오래 전 알아 보았지만,

필사적으로 그 진실을 부정했기에

자신마저 속여버린 게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하게 됐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때.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 순간에 안 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부정하던 것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시즌1 클립을 다시 보던 중

이미 들었던 대사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읽을 때는

이렇게 집중해서 들여다 봐야 해.

그리고 받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거야.

무덕아."

시즌2 초반에 장욱의 마음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진부연을 집중해서 바라볼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여러 서사를 겪으며 장욱은 진부연에게 선언한다.

"돌지 말고 똑바로 보라며. 정신 차리고 한 번 봐 보려고."

그렇다. 이제 심서를 읽는 방법 중

집중해서 들여다 보는 단계까지는 이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받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기에

그 안의 보이지 않은 '혼'을 읽지 못하였다.

어쩌면 무의식의 영역에서 필사적으로 부정했던 것은

그녀의 정체 그 자체가 아니라. 받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