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알겠지만 영자는 본디 성격적으로
눈치가 엄청 빠른 사람이다.

여기서 잠깐.

내가 눈치가 빠르다는 걸
그 눈치를 갖고 기민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어간다고 하는 건 아니다.

그게 아니라, 말 그대러 분위기에 엄청나게 높은 감수성을 갖고 있어서,
조건반사근육처럼 좋고 싫음의 감정으로 재빠르게 나온다는 거다.

그 때 그 영자의 모습이 합리적이라고?

난 오히려 너희들이 판단을 잘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당시 상철의 모습이라고 본다. 내가 보기에 상철은 마지막 날이고,
영숙에게서 의외의 매력과, 자신과 잘 통한다는 점, 상대방도 자신을 꽤 마음에 차 한다는 조그만 확신 때문에 ( 미국에 한사코 안간다는 발언 또한 무지성으로 반복됐다는 점에서 아, 이건 곧 꺾이겠구나 싶었을거라 보임)  조금은 안심을 한거다.

그리고 후에 이어진 반복적 물음은 상철 입장에서는 공을 크게 들이진 않았어도, 계산은 이미 완료된 방법으로 진행된거다. 즉, 저걸 마냥 답답해하거나 술주정으로 본 건 틀렸다는 거다.

영숙에게는 : 영숙이 한편으론 귀엽고 한편으론 확신도 심어주며, 한편으론 영숙과 전날밤에 그런 알콩달콩한 사랑싸움을 함으로써 긍정적인 기억을 심어준 거다.

영자에게는 : 이미 상철은 영자에겐 큰 마음이 없었다. 애초에 영숙으로 가기 위한 질투심유발제이자 가교로써만 영자를 활용했을 거다. 문제는 이거지. 영자가 그것을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상철이 너무 낙관 한거다. 생각해봐라. 상철이 똑똑한건 다들 알거다. 그리고 여자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능구렁이같은 면이 있다. 단순히 영자의 생김새 때문이 아니라, 여기서 늘 지적하던 영자의 그런 부정적인 측면을 싱철이 미쳤다고 품고가려하겠냐? 그건 틀렸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날에 그렇게 술주장 부리듯 우스운 모멘트를 연출한 건

1. 만에 하나 영숙에게 선택받지 못한 경우 우스운 꼴이나 면하자는 보험책 면에서 영자의 선택을 보장받아두랴고
2. 그냥 시간이나 떼우려고 (즉, 순수하게 어린 영자랑 이바구나 떼우면서 시간이나 죽이려고)
3. 자기가 핫스타니까 분량을 마저 뽑아내려고
4. 그런 분량 속에서 후일 여성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아두려고 (즉 엉뚱하고도 섬세하고 때로 귀엽기까지한 모습)

요컨대 내가 보기엔 영자가 1 3 4 까지 예측하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2번처럼 자기 자신을 상철-영순 러브라인에서의 일종의 사랑의 강장제 역할 정도로 취급하는 것 자체만쿰은  추우우웅분히 느꼈을 거라는 거다.

내 요지가 바로 이거다. 영자는 상철이 자기에 마음이 있어서 그런 질문을 한 것도, 뽑아달라고 애걸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굴욕감 섣에서 절절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행동이 전에 없이 '틱틱대는' 투로 바뀌어 버린 것이고,

나처럼 나설 16기 방송을 이 짤로 처음 접한 사람은 영자라는 사람에 대해서 '뭐지....? 저사람은?' 싶었다. 상철이가 미친놈같은게 아니라 말이야.
즉 상철이 주정을 부리긴 했어도 저렇게까지 사람을 냉랭하게 대하기는 어려운터라, 분명 성격이 꼬인 사람이거나, 더 깊은 사연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됐던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