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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대회] 그물에 든 물고기 下

대회듀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09 23: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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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그물에 든 물고기
· [생선대회] 그물에 든 물고기 上

"귀엽네요~"


눈 앞의 거대한 생선인형을 보고 요리타 요시노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정확히는 인형옷을 입은 같은 키의 여자아이를 보고 한 말이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생선 모양의 인형과 비슷한 디자인의 인형옷을 입은 푸른 머릿결의 아가씨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에헤헤, 고마운거에여. 사바오리 군이랑 비슷한 인형옷을 입게될 줄은 몰랐네여."


사바오리 군은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인형의 이름이다. 지금도 소중히 그녀의 대기실 의자에 놓여있다.


"그런데 요시노 씨는 왜 이렇게 일찍 오신 건가여?"


프로듀서에게 들은 대로라면 요시노는 오후에 합류해서 라이브를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

실제로 오후 스케쥴을 그녀들과 함께하는 닛타 미나미는 아직 다른 곳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아~ 프로듀서와 함께 조금 살펴볼 것이 있기에……. 나나미 씨는 준비가 다 끝나셨는지요~?"


"OK에여!"


나나미는 서투르게 경례하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하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요시노는 저도 모르게 입고 있는 전통복 소매로 입을 가리며 후후, 하고 웃었다.


"지금 그 모습은 그 쪽 프로듀서 씨에게 보여드림이 어떠시온지~?"


"옷은 갈아입었으니 그러려고 했어여~"


나나미도 키득키득 웃음을 지었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알리기 위해 그녀가 몸을 돌리려는 찰나, 요시노가 물었다.


"그나저나……나나미 씨는 생선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사온데……왜 그렇게 좋아하는지요?"


"아~ 그건 말이에여, 제가 어렸을 적 이야기에여."


요시노의 갑작스런 질문에 나나미는 우뚝 멈춰선 채 답했다.


"별 건 아닐지도 몰라여."


"듣고있사오니 부디~"


나나미는 머리를 긁적이려 했지만 인형옷의 팔 부분인 지느러미 부위가 그리 길지 않아 바둥거릴 뿐이었다.

조금 더 바둥거리던 나나미는 금방 포기하고 몸을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쉬었다. 요시노는 그 동작이 꽤나 귀엽다고 느꼈다.


"어쩌다가 바다에 빠진 적이 있어여."


"호오……."


"잘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때 큰 물고기가 저를 구해줬어여."


커다란 물고기가 아이였던 나나미를 구해주고, 물고기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오면서 드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동경하게 됐다.

그런 이야기였다.

요시노는 고개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과연……그 때부터……."


"그럼 저는 프로듀서를 부르러……"


"돌진~!"


"우햐아"


다시 문 밖의 프로듀서를 부르려고 몸을 돌린 나나미는 갑자기 대기실 문을 박차며 뛰어들어온 2인조를 보고 깜짝 놀라고말았다.

멀대같은 키의 정장남이 어린아이 크기의 병아리를 목마로 태우고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목마 위의 병아리는 오늘 오전 행사 일정을 함께 소화할 아이돌 이치하라 니나였다.

그럼 당연히 그 아래의 정장남은 니나의 프로듀서일 것이라 생각하고 나나미는 속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후오오오……! 열라 귀여운거에요!"


두 손을 뺨에 가져다대며 목마 위 니나가 나나미의 인형옷을 바라봤다.

니나가 정장남의 어깨를 위에서 톡톡 두드리자 정장남은 자연스럽게 니나를 바닥으로 내려주었다.


"열라게 고마운겁니다!"


"천만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엄지를 내민 정장남은 다른 프로듀서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대로 대기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니나도 개귀여운 인형옷을 입는다고 들었어요!"


"잘 됐네여~ 어서와여~"


"안냐심까!"


"저도 반가운 것이오니……."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밖에서 다시 정장남, 니나의 프로듀서와 나나미의 프로듀서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나나미의 프로듀서는 자신의 담당 아이돌의 모습을 보고 방금 전의 누군가처럼 엄치를 치켜올렸다.


"음! 귀엽네."


"아하하, 다행이네여."


나나미는 이 옷으로 갈아입고 벌써 세 번째로 듣는 이야기인데도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왠지 낮간지러운 기분을 느끼며 나나미가 양 팔이 들어간 지느러미를 꼼지락거렸다.

혼자만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나나미는 오른 지느러미를 번쩍 들어올렸다.


"새, 생선 퀴~즈!"


"갑자기?"


"제가 지금 입고 있는 인형옷의 모티브는 뭘까여~?"


당황하는 프로듀서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나미가 문제를 제시했다.

그러자 프로듀서도 의외로 곧장 생각에 잠긴 탐정처럼 검지로 턱을 받치고 중얼거렸다.

귀여운 모습으로 데포르메되기는 했지만 특징이 잘 살아있는 인형옷이니 그 역시 금방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그녀의 프로듀서는 손뼉을 탁 치더니 정답을 외쳤다.


"고등어구나!"


"정답이에여~ 참고로 21cm까지는 잡을 수 없어여~"


"아, 그럼 나나미는 잡을 수 있겠다."


"아앗……그, 그러네요……."


그가 무심하게 내뱉은 말에 나나미는 묘한 상상을 하며 괜히 부끄러워져 말을 더듬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렇게 판단하고 나나미는 업무로 이야기를 돌려버렸다.


"협의! 협의가 남지않았나여?"


"아차. 그렇지. 갑시다, 후배님."


"그러죠 선배~"


"튀어갔다 옵쇼!"


두 신참 프로듀서의 대화를 듣고 니나가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여 배웅했다.

그들이 떠나고서야 나나미는 대기실에 준비된 소파에 쓰러지듯 앉을 수 있었다.


* * *


그 존재는 오랜 기다림 끝에 방해꾼의 감시가 약해져 육지로 올라왔다.

특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허기를 느낄 때마다 함정에 걸린 인간들을 먹어치웠다.

잡아먹은 녀석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점점 더 사냥법은 정교해졌다.

거기에 오랜 시간 숙원으로 생각한 먹잇감에 대한 정보도 마침내 습득했다.


오늘 이 수족관에 먹잇감이 무언갈 하기 위해 방문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을 때는 환희에 빠져 배고픔도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이 수족관에 잠입하기 위해 인간을 하나 잡아먹은 것을 제외하면 한동안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았다.

때문에 그 존재는 지금 굶주려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친 먹잇감과 그 일행에게 섣불리 다가갈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을 보내며 얻은 직감이 그 안에 위험한 녀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비로소 소녀들만 남아서 습격을 시도하려 했으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약한 꼬맹이들 사이에 그가 주저할만한 강자가 있다는 것일까?

알 수 없어…….

그는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 * *


객석의 박수 소리가 잦아들고 무대 뒤쪽으로 나나미와 니나가 돌아왔다.

아직 관객들이 퇴장하고 있어 객석의 웅성거림이 무대 뒤에도 조금씩 흘러들어왔다.

두 사람은 인형옷에 뜨거운 무대 조명까지 계속 받고 있어서 꽤나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니나의 프로듀서를 대신해 나나미의 프로듀서는 둘에게 시원한 물을 건넸다.


"감사함다! 연극 열라 재밌었어요. 오지게 수고하신겁니다!"


"수고했어여~"


인사를 마치고 이쪽에 마련된 간이 탈의실에서 두 사람이 옷을 갈아입자, 타이밍 좋게 니나의 프로듀서도 돌아와 처음 등장할 때처럼 니나를 목마에 태워 대기실로 출발했다.


"우리도 갈까여?"


"그래. 시간도 비는데 수족관 구경할래?"


"좋아여! 완전 좋아여!"


평상복으로 돌아온 나나미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가까이 다가왔다가 핫, 하고는 거리를 살짝 벌렸다.


"왜 그래?"


"아, 아니이~ 땀을 좀 흘렸으니까……냄새 나지 않나여?"


"조금 나긴 하네."


"으으!"


"좋은 냄새가."


"……변태에여."


조금 상기된 얼굴로 나지막이 말하는 나나미를 보며 너털웃음을 터뜨린 프로듀서는 그녀와 함께 수족관의 전시관으로 향했다.

복도의 양쪽 벽은 작은 수조에 주제별로 여러 바다 생물들이 채워져 있었다.


기쁜 모습으로 물고기에 대한 지식을 프로듀서에게 주입하던 나나미는 이 수족관의 명물을 보러가자고 권했다.

마치 바다에 들어온 것 같은 형태로 조성된 대형 수조가 있는 공간으로, 상당히 인기 있는 장소로 유명했다.

다행히 오늘은 행사 때문에 나나미와 니나의 연극이 끝난 후 잠시동안 관객들이 모두 퇴장하는 시간이 있어 수족관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함께 조금 걸으니 금방 막다른 길에 배치된 대형 수조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여러 물고기 지식을 이야기하던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나나미는 조용히 수조 안을 바라보았다.

프로듀서 역시 수조와 나나미의 분위기에 조금 압도되어 함께 가만히 수조를 감상했다.

그들의 고향처럼 드넓지는 않지만 수조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비늘이 은은한 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다.


나나미는 천천히 수조 쪽으로 걸어가 소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유리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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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같이 보고 싶었어여."


"이걸?"


"이 너머는, 다른 세계에여. 인간이 물고기들을 보는 것처럼 물고기도 인간들을 관찰하고 있어여."


나나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의 손이 닿은 유리 근처에 여러 물고기들이 다가왔다.


"수족관은 따뜻하고, 신기한, 나나미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여."


"확실히 이런 대형 수조는 압도되는 게 있네."


"프로듀서. 앞으로도 제 파트너로 있어주세여!"


"물론이지."


평소보다 진지한 모습의 나나미에게 매료되는 것을 느끼며, 다시금 프로듀서는 자신이 나나미의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와 함께하는 이 일상이 부디 앞으로 계속되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 * *


부아가 치민다.

자랑스러운 유인전술도 접근할 수 없으니 써먹을 수 없고, 원흉을 제거하려해도 누가 접근을 막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냥감과 덤이 단 둘이서 노닥거리고 있는데도 접근할 수 없다니 엄청난 오산이다.

먹어치운 직원의 기억에 따르면 조만간 관객들이 입장할 터.

코앞에서 10년 이상 뜸을 들인 먹이를 놓칠 상황에 빠진 그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거칠게 발을 굴렀다.


"화가 나는 일이라도 있나봐?"


분노에 사로잡혀 있어서인지 바로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그는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깜짝 놀랐지만 그 덕에 머리가 식었다.

알아서 사냥터에 들어와 준 이 멍청한 놈이라도 먹으면서 기회를 노리자.

빠르게 머리가 굴린 그는 고개를 돌려 입을 쩍 벌렸다.


"그만."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삽시간에 사냥감을 찢어발길 수 없었다.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눈에 들어온 것은 훤칠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내밀고 있는 부적이었다.

그 옆에는 청록색과 붉은색이 섞인 개량 전통복을 입은 연갈색 머리카락의 작은 소녀가 서 있었다.

마치 주박이라도 걸린 것처럼 굳어버린 그 존재는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분명 아침에 기회를 노릴 때 본 기억이 있는 꼬맹이였다.


"낌새는 있었지만 네 프로듀서 대신 왔다가 본업을 하게 될 줄이야."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것도 저희의 일이오니……투덜거리지 마시길~"


정장의 남자, 아베노는 들고 있던 부적을 상대의 이마에 붙여버렸다.

그러자 자연스레 부적에 푸른 불꽃이 일어 감쪽같이 불타 사라져버렸다.


"격리는 됐고, 자 이제 네 차례야."


"나나미는 내 먹이다! 너희가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저기~ 그 분이 그 아이를 구하면서~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고 믿으시는지~?"


"뭐……라고……!"


연갈색 머리카락을 양 쪽으로 묶은 소녀, 요시노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해신님이 한 번 구한 상대를 내버려둘 리가 없다……그런 말씀이 됩니다."


"그럼 내 기다림은, 육지에 올라온 것이 허사였다고?"


"그렇게 되지요~"


사냥감을 그물에 가둔 것이 아니라 내가 갇힌 거였다?

인정할 수 없었다.


"망발을 지껄이지 마라!"


눈이 뒤집혀 저항하려고 했지만 이미 선수를 잡힌 그가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요시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를 무시하고 허리춤에서 거대한 고둥으로 만든 호라가이를 집어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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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오오…….


낮은 음역대의 소리가 호라가이에서 흘러나오자 주위의 풍경이 일변했다.

잔잔한 호수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고 벚나무들이 곳곳에 핀 고요한 정원의 한 가운데에 선 요시노의 곁으로 푸른 빛깔의 동물들이 나타났다.

이윽고 그녀의 곁에 선 동물들은 굳어있는 그 존재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그 몸을 물어뜯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원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왜소하면서 볼품없고 흉측한 초롱아귀.

심해의 주민이자 어둠 속 사냥꾼.

긴 시간을 살면서 요괴 그 자체가 된 바닷 속 생물은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삽시간에 다시 원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다시 평범한 초롱아귀의 모습이 된 그는 시력을 잃어가며 과거의 망집을 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다에 떨어진 소녀.

온 비늘에 전율이 달리게 만든 그 자태를 잊을 수 없었다.

반드시 잡아먹고 싶었다.

나, 나, 미…….


"해신의 무녀가 기원하오니ㅡㅡ."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내려 뻐끔거리던 초롱아귀의 밑에서 거대한 물보라가 일었다.

엄청난 크기의 물보라는 고래의 형상으로 변해 단숨에 초롱아귀를 삼키고 호수 아래로 사라졌다.


* * *


「최근 신데렐라 뮤직 총선거의 결과가 발표됐죠? 다음 곡은 아사리 나나미 씨, 사이온지 코토카 씨, 야가미 마키노 씨의 Let's Sail Away!!! 보내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는 차량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두들기며 흥얼거렸다.

아사리 나나미에게 반해버린 수족관 행사로부터 꽤 시간이 흘렀다.

총선의 결과물을 훌륭하게 내준 주역 중 하나인 나나미는 뒷좌석에서 아끼는 인형 사바오리 군을 안고 세상 모르게 잠에 빠져있었다.

귀여운 녀석.


앞으로도 그녀와는 함께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겠지.

그렇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라면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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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미로 인해 일어나는 일 사이에서 일상이랑 비일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걸 쓰고 싶었는데

저에게 시간과 예산이 있었더라면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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