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프로듀서 애 생겨서 임신 은퇴 했는데, 이후 프로듀서가 담당 임신시킨 인간 말종으로 업계에서 쫓겨나고

씻지도 않고 면도도 안한채 빠칭코와 경마장만 왔다갔다 하는 폐인이 되었다면

야무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전날 빚어둔 교자로 한국식 만두국 (프로듀서는 이상하리만큼 한국 음식을 좋아함) 끓여놓고

아기는 어린이집 보내놓고, 가까운 마트에 캐셔 알바 뛰러 갈 것 같음.

프로듀서(이젠 아님)는 오후 1시쯤 대충 일어나서 거실 나와보니 만두국 옆에 빠칭코 조금만 하라고 야무가 용돈 놔둔거 보고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하고 머리 벅벅 긁으면서 만두국 먹다가 또 의욕없이 빠칭코로 출근하겠지.

맨날 잃기만 하던 빠칭코에서 오늘은 간만에 만엔 가까운 돈을 따서, 이걸 어떻게 쓸까 하다가

퇴근시간 맞춰서 마누라가 옛날 아이돌 시절 좋아하던 치킨 (가라아게 아님)이나 사와야지 하고선 역 앞 K-치킨 가게에 들르려고 하는데

마침 건너편 건물에 있던 마트는 야무가 캐셔 알바 하는 마트인거임.

마트 문 너머로 마누라 얼굴이 보이길래 재빨리 눈을 피했더니, 미친 대머리 진상이 야무에게 꼬장 부리는 모습을 보고선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저걸 때려 죽일려고 길을 건너는거지.

근데 아이돌 시절이었으면 팬이고 나발이고 맞지랄 한다음 트위터로 염상 했을 야무가

이젠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보니 연신 머리를 숙이면서 사과(아카리 아님)만 하는거임.

그 모습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야무가 퇴근할때까지 밖에서 줄담배 피면서 서성이다가 옷 갈아입고 나오는 야무랑 눈을 마주침.

너무 반가워하는 야무한테 왜 너 답지 않게 아무 말도 못하냐고, 너 성대 안달려있냐고 오히려 대머리 진상마냥 윽박을 지르니

야무는 살짝 난처한 얼굴로 그치만 당신도 옛날에 자기가 염상짓 하면 연신 고개만 숙이고 다니지 않았냐고,

빨리 애기 데리고 돌아가서 저녁 먹자고 말을 돌리는거지.

다음날 아침, 간만에 면도를 하고 야무가 파트타임 다녀온 사이에 어제 딴 만엔으로 머리까지 스타일링 한 다음, 애기는 어린이집에서 미리 데리고 와서

무릎에 앉혀두고선 방에서 한동안 입지도 않던 정장을 다리며, 옛날 마누라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는거임

퇴근하면서 애기 데리러 어린이집 갔더니 이미 아빠가 데리고 돌아갔다는 말에

헐레벌떡 뛰어온 야무가 방문을 딱 열고 그 모습을 보더니 그간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며 

은퇴이후 처음으로 당신이 아닌 프로듀서라고 부르는데...

정말 좋은이야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