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 정책이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기존의 통화 완화 정책을 지양하고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성장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내년 이후 미국 시장금리 상승과 글로벌 교역 감소에 따른 충격파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을 강타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미 수출·소비·투자·고용 부진에 빠진 한국으로선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당장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 노선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기본적으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부정적이고, 트럼프 본인도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에 대해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수차례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트럼프 경제정책 보좌관인 주디 셸턴은 당선 직후인 지난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중앙은행(연준)이 거짓 경제(false economy)를 만들어냈다"며 "트럼프는 자신의 노선에 보다 부합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연준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말해 기존의 초저금리 정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연준의 결정과 무관하게 트럼프가 강조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결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 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10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가 현재 70%대에서 120%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대규모 채권 공급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으로 인해 장기 금리에 대한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 공약대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불법체류자 추방이 가속화하면 미국 내 수입 물가와 서비스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게 된다. 자칫 미국 경제성장률은 정체되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국처럼 무역 비중이 높은 나라는 보호무역에 더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충격파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화 절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엔화 절상 속도에 비해 절상폭이 가파를 경우 한국 수출경쟁력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조시영 기자 / 김정환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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