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포에서 33년째 살아온 이 지역 토박이임.

초중고교 시절, 특히 중학교 땐 압구정 현대, 한양아파트 친구들이 많았고

고등학교 땐 삼풍아파트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 친구들 중에 부잣집 친구들이

많다 보니 우리집은 별로 부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늘 갖곤 했다.

그 친구들 중에 유학 간 친구들을 많이 봐서인지 늘 부러운 맘에

부모님한테 나도 저 친구들처럼 유학 좀 보내달라고 졸라대곤 했다.

그런데 수도권 모 전문대에 가서는 학교생활을 거의 자포자기한 수준이었는데

내가 왜 이런 부류의 것들이랑 엮여야 되냐고 자책하던 시기였음.

하지만 중고교 때 부잣집 친구들과는 달리 어렵게 학비를 벌면서 생활하는 친구들,

집안에 물난리가 난 후 수재의연금이 들어왔다고 자랑하는 친구 등을 두루 접했고 

이후 몇몇 알바 등을 뛰는 동안 나와 이질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관악구, 금천구 출신 친구들을 

알게 되면서 우리집은 그저 그런 평범한 집안이라는 생각이 슬슬 무너지기 시작함. 

그 후 열심히 공부해서 명륜동 소재 모 법과대학에 들어가서도 반포에 산다니까

그곳 친구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모습을 접하면서 그 이후부터는 부모님과 범사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