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98년 봄
어린이날이라 가족과 인천 강화도로 놀러갔다. 다음으로 송도유원지라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인천 최남단길로 향했다. 그 주변에 잠시 차를 대고 바닷바람을 쐤지. 현재 아암대로였을거로 추정.
부모님 왈 " 여기 매립해서 아파트짓고 한다던데 여기 누가 들어와서 사냐, 공짜로 들어오라고해도 너무 외딴곳이라 아무도 안살겠다"
그랬다. 송도갯벌은 망망대해 끝도없는 바다였다. 그 당시엔 영종도엔 인천공항이 한창 공사중이란 말만 있고, 영종대교도 없던때라 영종도를 가려면 연안부두나 월미도에서 배표를 끊어서 건너가야하는 시절. 아니 인천이란곳엔 지하철조차도 개통되지도 않았던 뒤처진 동네 인상이었다. 송도바닷가에서 저 멀리 오이도와 대부도만이 희미하게 보였을 뿐이니 쓸데없이 바닷가를 메꾸는구나 쯧쯧.
\'이딴데 사람사는 곳을 만든다고? 새만금 꼴 날듯\' 당시 새만금 간척사업은 학교에서도 논란거리로 배울만큼 대표적인 결실없는 자연파괴의 대명사로 배웠으리라.
그땐 판교도 개발된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분당신도시는 정착이 돼가던 시절. 야산에 올라 땀빼고 하산하면서 산기슭에 있는 백숙집들에서 닭백숙이나 먹던 판교와 비교해볼때 송도는 너무 막막한것이라...
그 뒤 몇년후 인천을갔을때 부모님이 저기 송도가 보인다고 하셨다. 차창밖을보았다. 바다와 흙무더기만이 보였다. \' 그럼 그렇지.\' 그렇게 몇년이 지났다. 우연히 티비속 송도 모습을 보았다. 건물 몇개가 들어선것같다. 직접 송도를 가보았다. 진입도로를 들어서면서 보이는 고층건물의 압도감, 대로변 중앙에 서서 나를 반기는 수 많은 만국기들. 한국에 살면서 처음 느끼는 신선함이었다. 여름피서철 자주 놀러가던 속초, 양양, 강릉, 주문진에서 느껴지는 한적함과 난 국제도시라고 뽐내는듯한 화려한 건물들. 그야말로 어디서  느낄수없는 독특한 마성에 빠져들고있었다.
송도는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도 송도의 외딴 입지에 혀를 차는 자들도 부지기수다.
허나 이 가능성없어보이던 망망대해 갯벌을 국제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심어놓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의 노력이 얼마였을까. 마계인천이라는 매력이 떨어지는 도시를 나같은 무관심자까지 매혹할 도시로 탈바꿈시켜놓은 그의 능력과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수있을까. 나는 송도시민이다.
무려 20년 전쯤에 누가 사냐고 비아냥거렸던 그곳에 아이러니컬하게 내가 살고있다. 경제성없는 갯벌을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 그의 노고에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