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총통화 증가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은 시중은행들이 채권 판 돈을 모두 연준에 다시 예치해서 초과지준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화폐 유통속도가 극도로 낮아졌다. 그런데 최근들어 초과지준금 수위가 낮아지는 중이다. 즉, 금융기관들이 연준에 초과지준 예치하고 금리 받는 것보다 자기네들이 자산운용하는 것이 더 수익성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출을 늘리고 있다. 경기를 좋게 본다는 이야기. 상당히 유의미한 변화다. 지켜봐야 할 대목.

연준의 매파화와 미 금융기관의 행태

2014년 말 이후 줄어들고 있는 미 연준의 지급준비금

Fed(미국중앙은행)의 두 번째 기준 금리 인상이 현실화됐다. 예상보다 매파적인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으나, 길게 보면 경기 회복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을 의미한다. 수요 회복이 전제되어야 금리 인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Fed의 경기 전망을 신뢰한다면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는 위험자산 선호를 높여야 하는 신호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이는 미국 금융기관의 행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은행들이 Fed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은 2014년 말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양적완화 종료로 그림자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 1년간(2015/01~ 2015/12) 연준의 초과 지준금은 7.7% 감소했다. 첫번째 기준 금리 인상이 이뤄진 이후에는 더 가팔라졌다. 2015년말 이후 11개월 동안 12.8% 감소했다. Fed의 통화정책이 매파적으로 변해감에 따라 은행들은 안전자산을 줄여갔다는 의미다.

Fed의 금리인상 스탠스는 미국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진 경험

미국 은행권의 총자산은 2014년말 이후(2015/1Q~2016/2Q) 5.2% 늘었다. 연준에 예치했던 지준금과 새로 증가한 자산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자산 항목을 살펴보면 대출과 증권투자가 대부분(총자산 증가의 96%)을 차지했다. 대출은 9.1%, 증권투자는5.1% 증가했다. 반면 현금은 5.1% 줄었다. 미국 은행들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산을 옮겨갔다는 의미다.

미국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2015/1Q~2016/2Q)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16.0%)과 사업자 대출(12.9%)이 크게 늘었다. 반면 소비자 대출(4.9%)과 주거용 부동산 대출(3.4%)은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았다. 투자와 관련된 대출이 빠르게 늘어났음은 투자 수요가 개선되고 있으며, 은행들의 경기 전망도 나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편 부실 대출이 감소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경기 전망이 개선되면서 중위험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중위험 대출과 저위험 대출의 금리 차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미국 금융기관들의 위험자산 선호는 해외 투자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자산운용협회 (ICI; Investment Company Institute)에서 집계하는 뮤추얼펀드·ETF 동향을 보면 2015년 이후 미국 자금은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해 해외 투식형 펀드로 투자됐다. EPFR의 자금 동향도 유사하다.

미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는 미국 은행권의 지준금 이탈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상 속도가 경기를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길게 볼 때 위험자산 선호는 높아질 전망이다.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 미국 내에서만 자금이 돌 공산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자금의 미국 선호가 가파르나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