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동생놈 군대 면회를 갔을때 일입니다..

면회가던 날, 어머니께선 성재기 자서전을 싸주시며 "혹시라도 뭔 일이 있으면 이 책을 꺼내라" 라고 하셨길래 처음엔 이게 뭔가 어리둥절 했었죠.

춘천까지 전철로 2시간, 거기서 또 버스로 1시간을 넘게 달려 동생이 근무하는 부대에 도착했습니다.

위병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지독한 자릉내와 썩은 밤꽃냄새가 코를 찌르더군요.

면회 신청을 하고 면회실에서 기다리는데 친구년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야 이따 저녁에 어디서볼래"
"흠...제기동 어때?"

그 순간 면회실에 있던 남자들이 모두 일어서더니 아랫도리가 부들부들하면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뭐? 이 메갈돼지년 새끼가 감히 남성연대 대표님 존함을 불러?"
"이 걸레년 새끼가 뒤질라고! 오늘 돼지사냥 함 해보까?"

그러고는 그 남자들이 염산봉지를 들고 저한테 달려드는거 아니겠습니까.. 전 무서워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성재기 자서전이 생각나 꺼내들었습니다.

그걸 본 남자들이 "뭐야 이 여자 개념녀였구만~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라면서 사과하더군요.

그러더니 그 중 하나가 "참 좋은 분이시네요~ 다음에 휴가 나와서 한번 만나뵈도 될까요?" 라며 끈적끈적한 눈빛을 보내더군요. 전 싫었지만 거절했다간 염산을 맞을까봐 수락하고 연락처까지 줬습니다.

곧 동생이 왔고 그날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채 긴장하며 면회시간을 보냈고 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그날로 전화번호를 바꾸고 다시는 군대의 "군"자만 보여도 고개를 외로 꼬면서 살게 되었지요.

동생이요? 전역후 1년동안 말도 못 섞었습니다.

혹시나 동생도 그런 남자일까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