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미세먼지도 파란 길만 걷자.”

문재인 정부 출범 첫 날, 지지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말 그대로 ‘문재인 물결’이 일었다. 문 대통령에게 ‘이니(문재인이를 축약한 말)’라는 애칭을 붙이고 “이니가 한국 사회에 ‘파란’(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을 일으켰다”며 대선 승리를 즐겼다. 애정이 담긴 사진과 패러디물도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글과 사진들. [온라인 캡처]

대선 당일 비가 내리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전보다 옅어진 10일,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 [온라인 캡처]

대선 이후 ‘열혈 팬덤’이 ‘신드롬’ 수준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20~30대에서 문 대통령의 팬덤은 아이돌급으로 확장됐다. 준수한 외모와 풍채에 대한 지지자들의 호감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승자라는 상징성, 지난 정부에 대한 분노 등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글과 사진들. [온라인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글과 사진들. [온라인 캡처]

다수의 2030세대들은 문 대통령 당선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그를 ‘이니’ ‘예령이(예비 대통령)’ ‘달님(문을 달에 빗댄 표현)’ 등의 별명으로 친근하게 불러 왔다. 9일 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아이돌 오디션 TV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의 1등 화면에 문 대통령 얼굴을 합성하기도 했다. 

자칭 문 대통령의 광팬인 회사원 이모(30)씨는 “새벽 늦게까지 개표 방송을 보고 출근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만큼 설렌다. 동료 직원들과의 대화 주제도 오늘은 90% 이상이 새 대통령 얘기다. 마음 속은 지금도 축제다”고 말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달은 세상이 가장 어두울 때 빛난다”“이미 얼굴이 복지다” 등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있던 사진들도 활발히 공유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자신의 타임라인에 “이번만큼은 우리가 대통령을 끝까지 믿고 지켜주자”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았던 대구·경북 지역 일부 네티즌들은 “나도 TK지만 부끄럽다. 대신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재인 신드롬’은 20~30대를 넘어서 10대로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투표권 없는 청소년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모의 대선을 치른 결과, 지지율 1위는 문 대통령(39.14%)이었다. 그 다음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36.02%),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0.87%) 순이었다. YMCA 관계자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직접 뽑은 ‘청소년 대통령’님에게 당선증을 전달하고자 한다. 부디 청소년들의 마음을 꼭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지점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 관련 매대. 홍상지 기자

지난 2011년 문 대통령이 펴낸 책 『운명』은 판매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다. 교보문고 온라인 주간집계에 따르면 『운명』은 지난주 판매 순위가 정치·사회 분야 서적 25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문 대통령 관련 서적 매대가 따로 마련됐다. 매대에서 책을 살펴보던 김순호(48)씨는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가장 좋은 책을 고르는 중이다”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른바 ‘문재인 신드롬’에는 현실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집단 소망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의 학생 운동·인권 변호사·참여정부 비서실장 이력 등 살아온 족적과 촛불집회 정신을 계승한 측면이 폭넓게 작용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열혈 팬덤’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에너지의 저수지로 작용할 수 있지만 팬덤이 견고해질수록 여전히 절반 이상인 문 대통령 반대 세력과의 포용과 타협은 가로막힐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714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