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하나 맘에드네ㅋㄷ 다 뒤집어라 공약들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 때 ‘탈(脫)원전’ 공약으로 내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을 이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현 상태에서 중단하면 조(兆) 단위 매몰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지역주민의 반발도 거세 예정대로 건설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신고리 5·6호기는 30%에 가까운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어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추가 논의를 거쳐 공약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기존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 △신규 원전 전면 중단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설계수명이 남은 원전은 내진 보강 등을 내세웠다. 지난 29일에는 국정기획자문위가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존 원전정책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중장기 에너지 수급 등 현실 타당성 검토 없이 섣부르게 원전정책을 뒤집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울산 울주군 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공약으로 제시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출범 한 달도 안돼 폐기하기로 방향을 수정한 건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건설을 중단했을 때 막대한 비용 손실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1~2022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 신고리 5·6호기를 짓고 있다. 이미 공정률 28%로 들어간 공사비용만 1조5200억원(4월 말 기준)이다. 현재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면 한수원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건설 중단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울주군의 단체장 15명으로 구성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는 주민이 스스로 유치했다”며 “지역민 정서와 현실성을 무시한 신고리 5·6호기 중단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주군은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지역상생지원금 1500억원, 건설경기 진작 2700억원, 법정지원금 1조원, 지방세수 2조2000억원 발생이 무산돼 총 3조62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정부가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대안으로 꼽고 있는 LNG의 발전 단가는 kW당 101원 정도로 60원대인 원자력이나 70원대인 석탄에 비해 비싸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에너지정책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도 원전 옹호를 위한 방어논리를 적극 제시해왔다. 산업부 산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30일 ‘미세먼지 및 기후변화 대응을 고려한 원전의 환경·경제성 평가’ 연구용역 입찰을 긴급공고로 올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력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서는 계획된 원전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피하다”며 “에너지정책을 이념이나 정치적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