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과열 지역을 선별해 지역별 맞춤 처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강남·강동·서초구 일대가 이번 대책의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서울·수도권과 달리 경북·충남·울산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며 지역별로 규제·지원의 수준을 달리하는 탄력적·맞춤형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뜨거운 서울, 차가운 지방…맞춤형 정책 필요

강남구와 강동구를 중심으로 서울 주택 시장 열기는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지방은 지역 경제 침체와 주택 공급 과잉 여파에 시달리면서 서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환원 등의 규제를 지방에도 적용할 경우 자칫 침체된 주택 시장 분위기를 망가뜨릴 수 있는 상황. 정부가 지역별 맞춤 처방을 고민하고 나선 배경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0.22% 올랐지만, 전국 평균치는 0.05%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서울 아파트 상승 흐름은 사실상 강남구와 강동구, 서초구가 주도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한 달간 0.33% 오르면서 서울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6월 첫째 주 아파트 상승률로만 보면 강동구는 한 주간 무려 1.39%, 강남구는 0.71% 올라 서울 전체 자치구 중에서 주간 상승률 1, 2위를 차지했다. 서초구도 같은 기간 0.66% 올랐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고전 중이다. 그동안 상승세가 가팔랐던 부산은 같은 기간 0.15% 올랐지만, 대구와 광주, 울산은 각각 0.08%, 0.01%, 0.06% 하락했다. 5개 광역시의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은 0.03%에 그쳤다. 충북, 충남, 경북, 경남은 0.08~0.19% 내렸다.

금융당국은 당장 7월 말에 규제 완화시한이 끝나는 LTV와 DTI의 규제 조정안을 이달 중에 내놓을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DTI는 50%에서 60%로, LTV는 50~60%에서 70%로 한도를 올렸는데, 1년의 유효 기간이 두 차례 연장돼 올해 7월 말이면 규제 완화 시한이 끝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LTV·DTI가 강화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국에 이 같은 규제가 똑같이 적용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지방 실수요마저 위축시켜 주택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월과 4월의 아파트 거래량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서울과 부산, 강원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제자리 수준이거나 거래가 감소했다. 대출 규제가 나올 경우 지방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 투기과열지구 지정 카드도 꺼낼까

일각에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거론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인 곳 ▲청약 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했거나 국민주택 규모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청약 경쟁률이 10대 1을 초과한 곳 ▲주택 전매 행위 성행 등으로 주택 시장 과열 및 주거 불안의 우려가 있는 곳 등의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지역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동탄2신도시 공공택지, 부산 해운대구·연제구·동래구·남구·수영구 민간택지, 세종시 공공택지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했는데, 이보다 강화된 내용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에는 재건축 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주택 공급 수 제한 등의 규제는 적용되지 않았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자연스레 주택 열기가 식을 수밖에 없다. DTI가 40%로 제한되고, 대출 기간이 10년 이하거나 10년을 초과해 6억원 넘게 대출 때 LTV가 50%에서 40%로 줄어드는 등의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지역주택 조합원 선착순 모집 금지, 지역 직장주택 조합원 거주요건 제한 강화, 1순위 자격 제한, 민영주택에 대한 재당첨 제한, 가점제 강화(85㎡ 이하 40→75%, 85㎡ 초과 0→50%) 등도 적용된다.

국토부도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언급한 적이 있다. 국토부는 1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시장 동향 및 지표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국지적 과열현상이 심화 또는 주변으로 확산 때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정기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 지역 상황 맞는 ‘핀셋’ 규제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지역별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시장 분위기가 철저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무차별 규제가 나왔다가는 창원이나 대구 등 시장이 침체된 지역까지 엉뚱하게 유탄을 맞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융단 폭격보다는 정밀하게 각 지역의 시장 상황을 파악해 정밀 조준하는 ‘핀셋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이 과열된 서울 강남만 표적으로 삼아 규제를 하더라도 주택 시장의 척도인 강남을 따라 다른 지역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이나 입주 과잉 등의 변수도 아직 남은 만큼, 악재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부가 지켜본 뒤 움직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