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과열이 대한민국만의 골칫거리일까.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유동 자금이 많은 데다, 국가 간 자본 이동의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최문혁 기자
참여정부 시절 있었던 집값 폭등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침체와 최근 상승세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시세 흐름도 다른 나라들의 흐름과 유사하게 움직였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집값이 급등했던 2003~2007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40% 올랐다. 전국 집값도 24.1% 올랐는데, 특히 2006년에만 19% 상승했다. 당시 정부는 이미 2001년(9.9%)과 2002년(16.4%)부터 시작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각종 부동산 정책을 30여 차례나 내놨지만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

당시 국내 경기가 좋았고, 세계 주택 시장도 전반적으로 오름세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당시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서 유동 자금이 풍부했고, 한국에선 주택 공급도 계속 달리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참여정부의 정책 의도와는 다르게 큰 흐름에서 주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00~2016년 세계 주택 가격지수(2000년 1분기=100)와 한국 주택 가격 지수(2015년 4분기=100). /자료=국제통화기금(IMF), KB국민은행
당시 우리나라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참여정부 시절 집값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7년 전세계 주택가격지수는 159로, 2002년(109)보다 46% 상승했다. S&P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집값은 49.4% 올랐고, 뉴욕은 61.9% 상승했다. 중국 베이징 주택 가격은 72.0% 급등했다. 당시 집값 폭등은 결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은 2000년대 초반 동반 상승 후 동반 하락도 경험했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전세계 부동산 가격이 함께 떨어졌다. 전세계 집값은 2008년 2분기부터 2012년 1분기까지 4년간 9.9% 하락했다.

S&P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른 미국 주택 가격 추이. /자료=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금융위기의 발단이 된 미국의 주택 가격은 고점을 찍은 2006년 7월부터 2012년 2월까지 27.4% 하락하며 곤두박질쳤다.

호주의 경우 2006년과 2007년 주택 가격이 각각 8.6%, 13.3% 올랐는데, 2008년에는 4.0% 하락했다. 영국 주택 가격도 2006~2007년 18.1% 오른 뒤 2008년에는 14.9% 떨어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 집값은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2.14% 떨어졌다. 서울 주택 가격은 2008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2.8% 하락했다.

우리나라 집값은 다른 나라보다 하락폭이 적은 편이었다. 당시 수도권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격 하락 압력이 낮았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각국에서 주택 가격 폭락을 경험했지만 한국은 수도권 공급이 달렸기 때문에 집값 하락 여파가 덜했다”며 “하지만 이후 2기 신도시 물량이 공급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집값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0%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엔 주택 가격이 다시 반등하며 회복하고 있다. 저금리 영향이 크다. 세계가 기준으로 삼는 미국 기준금리는 2009년부터 2015년 말까지 0.25~0.50%에 그치며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자금은 부동산 시장에 쏠렸다.

세계 주택 가격 지수는 2012년 1분기 바닥을 찍고 지난해까지 8.7%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주택 가격은 2012년 2월 바닥을 찍은 후 지난해까지 37.9%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 가격이 안정적이던 국가들도 집값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집값 변화가 거의 없었는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9.7% 급등하며 부동산 과열로 시름했다. 영국도 2012년부터 5년간 29.1%나 올랐다.

또 일부 나라는 전례 없던 집값 폭등을 경험하고 한다. 캐나다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캐나다 주택 가격은 지난 5년간 평균 49.2% 올랐는데, 대도시인 밴쿠버와 토론토는 각각 51.7%, 77.5%나 치솟았다. 호주도 지난 4년간 37.4% 상승한 가운데 시드니는 61.7%나 올랐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2013~2016년 4년간 평균 8.5% 올랐고, 이 중 서울 집값은 7.0% 상승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오름폭이 큰 편은 아니다.

박합수 위원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대출규제에 나서는 등 정책을 수시로 내놔 다른 나라보다 변동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DTI·LTV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투기과열지구 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는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생각하는 수요 억제 대책보다 공급을 조절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저금리로 전세계에 유동 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