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 가량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세정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면세자 중 세금 낼 여력이 있는 근로자의 세 부담을 늘려 공평과세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와 중산층 면세자 중심으로 세금 증가에 따른 조세저항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20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방안을 주제로 한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나온 대안을 포함해 면세자 축소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다음달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담을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발표자로 나선 전병목 조세연 조세연구본부장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2%에서 2014년 47.9%로 올랐다가 2015년엔 46.5%(803만명)를 기록했다. 이 중 총급여가 3000만원 이상인 면세자는 87만6000명에 달했다. 연봉이 1억원을 넘으면서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봉급쟁이도 2600명이었다. 

면세자 비율은 2013년 소득세 공제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2015년 연말정산 대란을 겪으며 크게 뛰었다. 정부가 중산층 이하 근로자의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공제혜택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전 본부장은 면세자 비율을 떨어뜨릴 세 가지 대책으로 △근로소득공제 축소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표준세액공제 축소를 제시했다. 이는 기재부가 지난 2015년 국회에 보고한 내용과도 거의 비슷하다. 각각의 대책은 제도 시행에 따른 전체 면세자 비율 감소 폭, 급여구간별 영향력, 세수 확보 효과 등이 달랐다. 

근로소득공제 축소는 특정 급여구간의 근로소득공제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전 본부장은 근로소득공제 축소 시 면세자 비율은 2.0~5.7%포인트 감소하고 추가 확보 세수는 3000억원~1조2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넓은 계층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어 면세자 비율 하락, 세수 확보 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은 교육비·의료비 등 각각의 공제를 더한 값이 특정 금액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지정하는 안이다. 이 방안은 급여가 2000만원~6000만원 사이인 근로소득자 중심으로 면세자를 축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2013년 제도 변경으로 면세자로 전환된 직장인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 

표준세액공제 축소는 1~2인 가구와 저소득층 세 부담이 늘어 현실성이 다른 대책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전 본부장은 "면세자 축소방안은 근로소득자 중 누군가의 세 부담 증가를 전제로 달성 가능하다"며 "세 가지 대안은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정책 목표에 따라 면세자 축소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종규 한국재정학회장은 "문재인정부가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선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더니 근로자 세 부담만 늘렸다'는 지적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면세자 비율을 축소한다면 고액 연봉자인 6000만원 이상 면세자부터 없앤 뒤에 중산층·저소득층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은 "면세자 축소대책만 따로 다룰 경우 중산층 서민들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며 "법인세(대기업), 소득세(고소득자) 등 전반적인 세제개편과 맞물려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 역시 "면세자 축소는 전반적인 소득세 부담을 높이는 과정에서 추진돼야 하는데 조세저항, 공평과세 등 여러 사안을 감안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