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와 동남보건대 연구진이 지난 2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 최신호에 게재한 '지하철역사의 호선별 미세먼지 노출특성에 대한 평가' 논문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역사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미세 먼지 예보 기준으로 항상 '나쁨' 수준이었다.

연구진이 2013년 5월부터 9월 사이 서울 지하철 1~4호선 100개 역사의 공기를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외부의 2.3배에 달하는 90㎍/㎥를 기록했다. 외부 공기가 좋은 날에도 지하철 내부 공기는 안 좋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세먼지 농도는 0~30㎍/m³'좋음', 31~80㎍/m³'보통', 81~150㎍/m³'나쁨', 151㎍/㎥ 초과 '매우 나쁨'등 4단계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2013년 이후 지하철 미세먼지 농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9호선의 지하철 공기질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3년간(2014~2016년) 1~9호선의 미세먼지 현황을 짚어 봤다. (*9호선은 신논현 ~ 종합운동장 구간이 개통된 2015년부터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 기간 지하철 미세먼지 평균은 매년 '나쁨'수준을 기록했다. 2014년 1~8호선 254곳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84.63㎍/m³이었다. 2015년과 2016년 1~9호선 278곳 역시 각각 83.98㎍/m³, 81.2㎍/m³을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람들이 숨쉬기 어려웠던 지하철 역사는 2014년 254곳 중 166곳, 2015년 278곳 중 176곳, 2016년 278곳 중 142곳이었다.

예보등급 '좋음'(m³당 30μg 이하)을 충족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연평균 농도가 '보통'(m³당 80μg 이하) 수준의 지하역사가 전체 810개 중 310곳에 불과했다.

연도별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했던 역은 1호선 신설동(129.7㎍/m³), 5호선 영등포구청(119.1㎍/m³), 6호선 공덕(116.2㎍/m³)이었다. 반면 미세먼지가 가장 적었던 역은 5호선 올림픽공원(47.8㎍/m³), 9호선 구반포(52.9㎍/m³), 선유도(58.85㎍/m³) 순이었다.

3년 간 각 역별로 미세먼지 증가량과 감소량 편차가 컸으나, 대체로 5·6호선은 증가세, 7호선은 감소세를 보였다. 상월곡(6호선)·올림픽공원(5호선)·약수(6호선)·신논현(9호선)·공덕(6호선)은 지난해 미세먼지 농도가 2014년 대비 최대 80% 가량 증가했다. 광명사거리(7호선)·건대입구(7호선)·김포공항(9호선)·고속터미널(7호선)·반포(7호선)는 최대 41% 가량 감소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2014년 가장 깨끗한 역이었던 올림픽공원이 2016년 84.6㎍/m³를 기록, 미세먼지가 77%나 증가한 점이다.

황성호 국립암센터 연구원은 "지하철이 역사에 정차해 출입문이 열릴 때 열차풍에 의해 지하터널이나 선로 내부로부터 미세먼지가 다시 올라와 승강장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며 "불충분한 공기교환 횟수와 환기시스템이 미세먼지 농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뿐 아니라 지하철 전동차 안 미세먼지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5~8호선 전동차 안 미세먼지의 평균 농도는 121㎍/m³로 지상의 2.5배에 달했다.

노선 가운데서는 5호선이 142.2㎍/m³으로 가장 높았으며 6호선(124.4㎍/m³), 8호선(115.6㎍/m³), 7호선(101.7㎍/m³)순이었다. 서울메트로가 관리했던 1~4호선 차량 안 미세먼지는 지난해엔 측정되지 않았다.

한자원 기후에너지부분 활동가는 "지하철 미세먼지는 1년에 1회 측정하도록 돼 있는데다 유지 기준도 150㎍/m³으로 느슨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2013년 발표한 '제2차 지하역사공기질 개선 5개년 대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로스엔젤레스는 지하역사 공기질 기준을 50㎍/m³(2010년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다.

보고서는 유럽 등 선진국은 적은 승객수, 교통 비혼잡으로 공기 위해성 평가 농도가 낮았지만, 국내는 많은 승객의 일시적 유입, 교통혼잡으로 배출된 배기가스 등으로 유해물질이 지하환경으로 유입돼 건강위해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환경부는 지하역사 공기질을 2015년말까지 75㎍/m³, 2017년말까지 70㎍/m³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2015년 75㎍/m³ 이하인 지하역사는 총 46곳으로 16.5%, 2016년 70㎍/m³이하인 지하역사는 총 60곳으로 2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