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위 말하는 원전 마피아입니다.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 살며, 5조 3교대로 연휴도 없이 365일 24시간

동료 마피아들과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원전내부에서 일을 합니다.


모두가 쉬는 명절, 설비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고향으로 향하는 정비팀 동료 직원을

다시 발전소로 불러 들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마피아 입니다.



정부와 원자력 안전위원회 등 규제기관들의 엄격한 감시를 받으며,

사소한 실수도 직원 개인에게 부과되는 수십억대의 벌금이나, 형사입건으로 이어지는

위협 아래 발전소 설비를 운전하고 점검합니다.



가혹한 노동환경에 머리 좋은 친구들은 일찌감치 다른 직장으로 갔지만

부족한 능력과 저만 바라보는 가족들이 있어 쉽게 때려치고 이직을 결심하기도 어렵습니다


누가 강제로 시킨것도 아니고 제가 직접 선택해 들어온 직장이기에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묵묵히 열심히 할일을 하면 원자력에대한 여론도 좋아지겠지 했지만 흘러가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것 같습니다

요즘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해 여러 의견이 보여 발전소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몇자 써보려고 합니다



- 원전이 그렇게 좋으면 너희집 마당이나 여의도에다 지어라

네 저도 제발 서울 한복판에, 안된다면 가까이 바다가 있는 인천에라도 발전소를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파서 가까운 병원을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 두세시간을 달려야하는 격오지가 아니라,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며 퇴근후나 주말 친구들과 쉽게 만날수 있는 서울권 직장 생활을 하고싶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발전소 부지와, 많은 물이 필요한 발전소 특성상 서울보다는 암반이 튼튼하고

수위의 변화가 거의 없는 바닷가에 짓는것이 유리하여 주로 동해안에 발전소를 건설 합니다

서해의 경우 바닷물에 뻘이 많아 기기의 유지 관리가 어렵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발전소를 운영하기 좋은 입지는 아닙니다.



- 너희가족 데리고 후쿠시마 가서 살아라

사형제도에 찬성하면 일부러 죄를 짓고 자신이 사형을 당해야합니까?

같은 의미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찬성 한다고 하여 왜 굳이 그곳에 가서 살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임직원들은 실제로 발전소에서 2km도 떨어지지 않은 사택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만약 방사성물질이 발전소 밖으로 유출이 된다면 우리는 물론 우리의 가족부터 방사선에 피폭이 되는 상황입니다.

정말 그렇게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것 처럼 원전이 위험하다면

본인과 가족들의 목숨을 걸고 근처에 살면서 일을 할수 있을까요



-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원자로 건물은 0.3g (규모 6.9)의 지진에도 피해가 없도록 설계가 되어있습니다.

즉 원자로 건물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이미 한반도위에 멀쩡히 서있는 건물은 아무것도 없고 이글을 읽고계신 여러분도

이승을 하직한지 오래이거나 곧 저승행 열차를 타기위해 노란선에서 한걸음 물러나있을 겁니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가 무너지고 가스관이 터져 당장 5분뒤 자신이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것을 걱정을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후쿠시마 사고같은 경우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해일이 발전소를 덮쳐

정전이 되어 더이상 원자로를 냉각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더이상 식혀지지 않는 뜨거운 핵연료와 물의 반응으로 인해 만들어진 수소가 원자로 건물내에 쌓이고

그 수소가 폭발하며 원자로 건물일부가 터져나간 사고였죠.

핵폭탄처럼 핵연료가 터진 사고가 아닙니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별다른 전원공급 없이도 전원이 복구될때까지 원자로를 냉각할수있는 설비들과

자동으로 수소를 제거하는 설비가 설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가 상상도 못해본 자연재해나 재난을 대비해

시뮬레이션을 하며 필요한 안전 설비들을 추가하고있습니다


- 독일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탈원전이 대세다

전력이 부족해 주변국가들에서 수입한다는 얘기나 원자력 에너지강국 프랑스 소식은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일본이나 대만 역시 후쿠시마 같은 사고를 겪고 모든 원전을 정지했다가 다시 기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개 노동자인 저로서는 잘 알지못하고 알필요성도 못느꼈던 원자력에 대한 국제분위기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주춤했던 나라들을 밀어내고 한국이 UAE에 원전을 수출해서 건설을 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자국에 건설을 중지한다면 어느나라에서 그런 원전을 수입하려 할까요


- 원자력 발전량을 줄이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라

이 부분은 높으신 양반들과 많이 배운 사람들이 고민 할 문제 같지만 부족한 제 식견으로는

필요이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이든 어쨌든 지금보단 전기요금은 오르는 것이고

전기를 쓰지않는 공장이 없으니 전체적인 공산품의 가격도 상승할거라는 생각을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월급은 그대로고 물가만 오르는게 하루이틀일도 아니지만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해외수출시장과

전력생산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맞이할 전기차 시대를 생각하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것 같습니다



안전에 대해 우려하시는 바들이 크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이시간에도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나라의 발전과 국익에 이바지 한다는

거창한 사명감 까진 아니더라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 그리고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단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줄요약

1. 원자력발전소 직원 및 가족들

2. 원전 옆에 살고있음

3. 생각보다 안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