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강력한 대출·청약 규제 등 ‘8·2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때 풀린 입주물량이 내년까지만 80만가구를 넘는다. 부동산 거래량 감소나 가격 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9~11월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조합원 물량을 포함해 10만223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4%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기간 수도권은 전년 동기 대비 37.7% 증가한 4만3184가구가 입주한다. 서울은 5176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 입주물량은 5만9054가구로 40.6% 급증했다. 국토부 당국자는 “2015년 수도권에서 분양된 역대 최대 물량의 입주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 2016년 전국에서 착공했던 아파트 물량은 각각 49만7000가구, 45만2000가구다. 2014년만 해도 34만가구이던 착공 물량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최경환 전 부총리가 주도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기조 탓이었다. 당시 최 전 부총리는 2014년 7월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 60%로 완화하는 등 각종 규제를 풀었다. 저금리 정책까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은 과열 현상을 보였다.

올해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7만9000여가구로 예상된다. 내년에 역대 최대인 43만가구 입주까지 더하면 2년 새 80만가구가 넘는 물량이 쏟아진다.

월별 주요 입주물량을 보면 수도권에서는 9월 광주 태전 2372가구, 하남 미사 1401가구 등 1만224가구가 입주한다. 10월에는 위례신도시 2820가구와 수원 호매실 1452가구 등 1만8287가구, 11월에는 인천 송도 2597가구와 용인 역북 2519가구가 입주를 앞뒀다. 지방도 9월에 부산 장전 1938가구 등 2만2146가구, 10월 세종시 2524가구 등 1만6121가구, 11월 부산 사하 946가구 등 2만787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단기 공급과잉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와 경기 광주 등에서는 입지에 따라 이미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등장했다. 미분양분을 선착순 분양하는 단지도 나오는 등 공급과잉 조짐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8·2 대책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입주물량 확대로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탄2신도시의 이모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테크노밸리 수요가 워낙 탄탄해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최근 8·2 대책 이후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는 전세가율이 워낙 높은 데다 과거처럼 금리 수준이 높지 않다”면서 “2019년까지 분기당 입주물량이 10만가구 안팎으로 많아서 시장 침체가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미분양이 많아지면 정부가 매입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으로 돌릴 수 있다는 방안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