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통계청 ‘2016년 출생통계 확정치’

산모 4명중 1명은 35살 이상

가임여성 줄고 출산도 늦어져

올해 출생아는 5만명쯤 더 줄듯



*그래프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지난해 출생아 수가 40만명대에 겨우 턱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이를 낳은 산모의 나이도 20대 후반보다 30대 후반이 더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출생아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연간 기준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임 여성 인구 자체가 줄고 있고 결혼·출산 시기가 점차 늦어지면서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생 통계 확정치’ 자료를 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수는 40만6200명으로 전년보다 7.3% 감소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로 40만명 선을 겨우 유지했다.

*그래프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출산 연령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1996년 28.1살에서 2006년에는 30.4살, 지난해는 32.4살로 집계됐다. 10년마다 2년가량씩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30대 후반 산모의 수가 20대 후반 산모의 수를 앞지르기도 했다. 25~29살 산모의 출생아 수는 2015년 9만4622명에서 지난해 8만5036명으로 10.1%나 급감했다. 반면 지난해 35~39살 산모가 낳은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소폭 오른 9만43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010년만 하더라도 20대 후반 산모(출생아수 기준 14만7천명)가 30대 후반 산모(7만1천명)보다 배 이상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다. 지난해 35살 이상 고령 산모의 비중은 26.4%로 전년보다 2.5%포인트 높아졌다.

출산 시기를 늦추는 경향이 지속되면 출산율 감소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 한 세대의 절반이 출산을 1년만 연기해도 그해의 출산율은 절반이 된다. 이런 출산 연기가 일시적이라면 출산율은 회복되지만 지속된다면 저출산에 빠지게 된다. 일종의 ‘출산 도플러 효과’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유럽 등 우리에 앞서 초저출산 사회를 겪은 나라들 또한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와 출산 연기가 동시에 왔다. 이후 평균 출산 연령의 증가세가 멈추면서 출산율이 1.4~1.5명대로 반등했다”고 말했다.

올해 출생아 수 감소폭은 더 가파르다. 지난 1~6월에 태어난 아이는 18만8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만5천명에 견줘 12.3%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는 30만명대 중후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단순히 출산·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여성들이 결혼·출산을 꺼리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슬기 교수는 “출산은 취업, 혼인, 육아 등 생애 주기 전반을 고려하면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단순히 아동수당 도입이나 출산장려금 확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 20~30대 젊은 부부들이 겪고 있는 주거나 일자리 등의 문제를 검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