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들끓는데'…서울시, 부영 뉴스테이 검토·호텔심의 통과
엇박자 행정 계속되자 의혹 제기되기도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서울시가 부실시공과 임대료 과다 인상 등으로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부영에 대한 여론을 도외시한 잇단 행정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영의 주택사업 주력 계열사인 부영주택의 뉴스테이사업을 검토하는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는 서울시 주택 관계자 4명 정도가 참석했으며 이들은 부영주택의 서울 강북권 부지에 대한 뉴스테이사업 가능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테이란 정부가 중산층 전세난 해결을 목표로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어 제공한 뒤 임대료를 받는 식이다.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저리 융자, 인허가 특례 등의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서울시의 이번 사업 검토 시점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대규모 부실시공과 임대료 과다 인상 문제로 부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고조되고 정부·국회 차원의 제재가 검토 중인 상황에서 정부지원사업을 검토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부영주택은 경기도 화성시에 건설한 '동탄 에듀밸리 부영사랑으로 아파트'가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이면서 영업정지 위기에 놓여있다. 

부영주택은 해당 아파트를 24개월 만에 시공했다. 통상 아파트 건설에 32개월이 걸린다. 이후 이 단지는 경기도가 실시한 품질검수에서 211건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접수된 하자 민원만 8만여건에 달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부영주택에 대해 영업정지 등 가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부영은 또 전주시 등에서 임대주택 임대료를 과다 인상했다가 경찰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국회는 임대료 상한을 제한하는 이른바 '부영 제재법' 마련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부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이르고 중앙정부와 국회가 제재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정부지원사업 검토를 했다는 것은 완전히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시의 뉴스테이사업 활성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부영의 부지를 검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뉴스테이사업 활성화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영 부지가 사업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한 것 뿐"이라며 "부실 시공이나 관리 등 다른 건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는 부영주택의 최근 부실시공 문제 자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탁상행정'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서울시는 지난주에도 부영에 대한 각종 의혹과 비난이 무성한 상황에서 '소공동 부영호텔' 건축 심의를 최종 통과시켜 논란을 낳았다.

당시 시는 부영이 소공동 호텔의 건설사가 아닌 건축주로서 개발안을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심의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건축주로서의 역할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공동 부영호텔 역시 부영주택이 짓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여서 해명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서울시의 부영에 대한 여론을 도외시한 엇박자 행정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부영 문제에 대한 시정의지가 전혀 없는 것 처럼 보인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중근 부영 회장이 회장에 오른 대한노인회를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