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단지보다 분양가 높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 거절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시행, 대출 안 돼 최소 7억 있어야 청약
결국은 시세따라 아파트값 올라


다음 달 분양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분양가가 인근 시세 대비 3.3㎡당 수백만원씩 싸게 책정되고 있다. 분양 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분양가 인하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단지들은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1억~3억원이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억대 로또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S건설이 다음 달 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분양하는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시장 예상 가격 4600만~4700만원에서 낮아진 가격이다. 다음 달 분양 예정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강남구 개포 시영 재건축)도 3.3㎡당 평균 4500만~4600만원 수준으로 계획했던 분양가를 4200만~43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러한 분양가는 인접 단지 시세와 비교하면 더 큰 차이가 난다. 신반포 센트럴자이 인근에 있는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공급면적 112㎡)는 21억원 정도에 매매된다. 3.3㎡당 6200만원 수준이다.

분양가가 이처럼 낮아진 원인은 규제다. HUG는 작년 8월 강남구, 서초구에 이어 올해 3월 강남 4구 전체를 고분양가 관리 지역으로 정해놓고, 1년 내 인근에서 분양한 단지의 평균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1년 이내 인근에서 분양한 사업장이 없으면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단지 평균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는다고 건설업계는 말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에서 분양가를 인근 단지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하면 여지없이 HUG에서 분양 보증을 거절하겠다는 사인을 보내온다"며 "HUG가 분양 보증을 거절하는 형태로 분양가를 관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분양가가 강제 하향된 강남권 재건축 청약 시장에 대해 "현금 부자만 참가할 수 있는 로또"라는 말이 나온다. 아파트값은 분양가를 낮춰도 추후 매매가가 결국엔 인근 시세를 따라 올라가기 마련이다. 예컨대 신반포 센트럴자이 시세가 주변만큼 오를 경우, 전용 84㎡에 당첨된 사람은 약 3억원 시세차익을 본다. 그러나 아무나 뛰어들 순 없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아예 안 되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전용 59㎡에 청약하더라도 약 7억원 현금이 필요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게 아닌 만큼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일부 사람이 아파트를 싸게 구입해서 비싸게 팔 기회로 전락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