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 경제단체 일제히 우려 목소리
경총 "통상임금 인건비 부담 커… 일자리 최대 42만개 사라질 것"


현대모비스, 대한항공, 삼성중공업, 효성, 현대오일뱅크, 금호타이어….

한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현재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려 있는 곳이란 점이다.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로 산업계와 재계가 혼돈에 빠진 건 이런 대표 기업들이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013년 통상임금 확대로 기업들이 최대 38조5509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중 115곳이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고 있다. 10대 그룹 노무 담당 임원은 "개별 기업 경영 상황에 따라 신의칙(信義則) 적용 여부에 차이가 있겠지만, 자동차 업계와 국회까지 나서 '경영 위기'를 호소했던 기아차를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은 걸 보면 다른 기업들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115곳 중 35곳(종업원 4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5곳이 통상임금 소송 패소 시 지연 이자, 소급분 등을 포함한 비용 추산액을 밝혔는데, 8조3673억원이었다. 이는 이 기업들 지난해 전체 인건비의 36.3%에 해당한다. 또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예상되는 통상임금 인상률은 평균 65%였다. 이에 앞서 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고, 기업이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야 한다면 인건비 부담으로 일자리가 최대 41만8000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본부장은 "이날 법원 판결은 기업에 일방적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 단체들도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 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과도한 인건비 추가 부담 등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상임금 규정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기 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면 이중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중견 부품 업체와 임금 격차가 더 커져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