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압구정 현대·대치동 은마 등 재건축 본격화시 유동성 수십조원 규모
집값 문제, 유동성 과잉 원인…정부 "예의 주시"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를 위해 대형건설사들이 '억소리 나는' 혜택을 제공해 정부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조합원의 표심을 끌어내기 위해 제시한 이주비와 이사비 등 수조원의 자금이 풀려 시장 불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모두 감정평가액의 60%를 이주비로 무상으로 대여하겠다고 제시했다. 정부의 8·2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지역 내 재건축 사업의 이주비 대출한도가 60%에서 40%로 줄었으나 건설사 신용보증을 통해 20%를 추가로 제공해 종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반포주공1단지의 시세는 지난달 5일 사업시행인가 신청 이후 사실상 거래가 멈춰 명확하지 않지만 전용 84㎡의 경우 약 27억원이며 107㎡와 196㎡은 각각 약 34억원, 42억여원 수준이다. 이 가격의 60%를 이주비로 받을 경우 적어도 가구당 16억원에서 많게는 26억원을 무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이주비로만 3조~4조원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제시한 이사비 무상제공까지 고려하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으로 풀릴 자금은 더 늘어난다.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가구당 7000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빌려주는 게 아니라 1600억원(조합원 2292명)을 공짜로 주겠다는 것이다. 조합원은 이사비 무상제공 대신 가구당 5억원을 무이자로 빌릴 수도 있다. 이 역시 이주비와 별도로 제공되는 것이다. 이주비와 이사비 등 모두를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에 투입될 자금은 5조원 안팎으로 늘어난다. 

반포주공1단지 등 강남 재건축은 이제 본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대형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되면 강남 재건축으로 수십조원이 유동성이 시장에 투입되는 셈이다. 이 자금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자금액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단지 재건축의 이주비가 시중에 풀리면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곤 했다"며 "시기적으로 재건축이 한꺼번에 몰리면 (풀리는 돈 때문에) 시장이 폭등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도 유동성이다. 정부와 청와대 모두 과잉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값 문제는 세계적 현상으로 과잉 유동성 문제가 있다는 것에 많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담당자 중 한명이었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과잉 유동성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좌우하는 핵심 인물이다. 

김 수석은 지난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참여정부 때 새로운 유동성 국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해 강도조절에 실패했다"면서 "(집값 상승은) 수요 공급의 문제와 다른 차원의 과도한 양적 완화에 따른 머니 게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가치라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의 위법 여부를 살피는 것도 이 같은 측면이 없지 않다고 풀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제시한 이사비 무상제공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관련, 정부 관계자는 "저금리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유동성을 어떻게든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정부 내 공감대"라며 "(강남 재건축에 따른 자금 유입도) 그런 측면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