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 27일. 잠실 실내체육관에는 조합원 투표가 예정된 오후 2시 이전부터 전운이 흘렀다.

GS건설과 현대건설 측 직원들은 투표 시작 훨씬 전부터 체육관 입구에 모여 조합원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했다. 현대건설 직원들은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 로고가 붙은 조끼를 맞춰 입었고 GS건설 관계자들은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조합원을 맞고 있었다.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27일 열린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수주전에 나선 건설회사 대표의 발표를 듣고 있다. /이상빈 기자
조합원들은 입구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어느 시공사를 선택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재건축 최대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 등의 수식어가 붙으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을 아는지, 조합원들은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 입장을 기다렸다. 주변 가판에서 핫도그와 커피로 점심 끼니를 때우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오후 1시부터 입장이 시작되고 총회 시작 시각인 2시쯤이 되자 두 건설사는 각각 홍보 동영상을 틀고 조합원 앞에서 ‘최후변론’을 날렸다. 두 회사 모두 단지 재건축 사업이 지니는 의의와 프리미엄 설계를 강조했다. 서로를 헐뜯는 ‘신경전’도 빼놓지 않았다.

준비한 영상을 먼저 선보인 현대건설은 “‘현대’라는 이름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을 완성하겠다”며 “GS보다 더 나은 금융비용 조건과 빠른 공사기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에 GS건설은 “반포주공1단지만을 위해 준비한 ‘자이 프레지던스’ 브랜드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브랜드를 뛰어넘는다”며 “남·서향 가구수, 단지 내 상가 설계, 평가이익 등에서도 GS건설이 압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나서면서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먼저 발표를 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의 디에이치가 표방하는 가치는 ‘유일무이’”라며 “50년, 아니 100년을 넘는 주거 명품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마트홈을 도입해 스마트 시티에 스마트 커뮤니티를 만들고, 조합이 삭제한 이사비 부분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인·허가 기관과 협조해 조합원에게 이익을 돌리겠다”고 말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정 사장과는 달리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그는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GS건설이 조합에 제출한 공사비 원가”라며 “현대건설이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2550억원이 비는 부분에 대해 조합원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GS건설을 선택한다면 (현대건설이 제시한) 특화공사 금액 2540억원을 547억원에 시공할 것을 확실히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 모두 CEO 발표가 끝나자 임원들이 함께 단상 위로 올라와 조합원을 향해 큰절을 했다. 임 사장의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주최 측의 주의를 받자, 한 조합원은 “언제까지 할거냐”는 고성을 내기도 했다.

조합원들도 투표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한 조합원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현대가 된다는 사람 반, GS가 된다는 사람이 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 현재, 현장 투표가 종료돼 개표가 진행 중이다.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발표는 오후 6시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