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배아의 DNA 수술을 통해 선천적 질병을 배아 단계에서 제거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BBC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중산대 연구진이 한 DNA 수술은 30억개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자 코드 중에서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단 한 개의 오류를 찾아내 ‘재편집’하는 ‘염기 교정(base editing)’ 기술을 이용한 것이었다.

BBC 방송은 이 수술이 선천적인 유전병인 ‘베타 지중해 빈혈증(beta-thalassemia)’을 제거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배아는 해당 질환을 앓는 환자의 혈액을 복제해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중산 대학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배아의 질병 제거를 위한 배아에 대한 정밀 ‘화학 수술’을 진행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베타 지중해 빈혈증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부족으로 발병한다. 이 병을 갖고 태어난 아기는 출생 1~2년 뒤에, 얼굴이 창백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또 식욕도 떨어지고 피부도 노랗게 변한다. 중산대 연구진은 이번 수술 성공이 앞으로 많은 유전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대 연구진이 수술에 이용한 ‘염기 교정’은 아데닌(A)-시토닌(C)-구아닌(G)-티민(T) 4개 염기의 근본적인 유전자 조합을 바꾸는 기술이다. 이 4개 염기의 조합이 인체의 구성과 활동을 좌우한다.

아기의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베타 지중해 빈혈증은, 유전자 암호 중 하나의 염기에 변이가 일어나는 ‘점(點)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고 한다. 중산대 연구진은 수술을 통해 G를 A로 바꿔 변이를 정상으로 되돌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 ‘염기 교정’을 통해 베타 지중해 빈혈증을 비롯해 다른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길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황쥔주 연구원은 “우리는 세계 최초로 염기 교정 기술을 통해 인간 배아에 발병한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신생아가 유전적인 질병을 갖고 태어나는 걸 처음부터 막을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염기 교정은 과학자들이 ‘혁명적’이라고 하는 유전자 조작 기술인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에서 더 발전한 형태의 기술이다. 염기 교정 방법을 개척한 하버드대 데이비드 리우 교수는 이를 ‘화학적 수술’이라고 표현한다. 리우 교수는 “인간 유전적 질환의 3분의 2는 ‘점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며, 염기 교정은 크리스퍼보다 부작용이 덜 발생하고 효율성이 높은 수술”이라고 말했다.

중산대 실험 결과는 학술지 ‘프로틴 앤 셀(Protein & Cell)’에 게재됐다. 그러나 ‘질병 예방’을 위해 인간의 유전자 조작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더욱 커진다.

영국 런던의 생명과학 연구소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로빈 러벨-배지 교수는 “중국 연구진이 왜 더 동물 배아 실험을 거치지<iframe width="250" height="250" noresize="" scrolling="no" frameborder="0" marginheight="0" marginwidth="0" src="http://cad.chosun.com/RealMedia/ads/adstream_sx.ads/www.chosun.com/news@x74"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width: 0px; border-style: none;"></iframe> 않고 바로 인간 배아를 상대로 실험했는지 알 수 없다”며 “다른 나라에선 인간 배아를 상대로 한 실험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술이 실제로 자연적인 상태의 인간 배아를 상대로 이뤄지기에 앞서 윤리적 문제와 수술 기준 등에 대한 더욱 철저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선행해야 해 이 수술법이 곧 현실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