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얘기고, 우리집 얘기인것 감안하고,
학군 관련 개인적인 얘기를 해볼게.

아버지는 시골 수재 출신으로 지역 일류고등학교를 나와 일류대 토목과 졸업.
직장생활 좀 하시다가 80년대에 사업을 시작해서 돈을 좀 만지셨어.. 영동세브란스 지어질 당시 강남 입주.

당시에도 학군 열풍은 있었고,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어머니는 그 한풀이를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투영했다

누나1. 숙명여중, 은광여고. 공부를 얼마나 못했는지 연합고사에서 떨어져서 고등학교 재수. 그때 과외금지였는데 당시 돈으로 30만원 하는 과외에 학원에 무슨 테이프에 안해본게 없었으나 결국 거의 꼴지 근처에서 맴돌다가 전문대까지 다 탈락. 지금으로 치면 학점은행제 유아교육과 1년짜리 들어가서 유치원교사 시작.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는데 손재주 좋아 피아노치기 뭐 만들기 등등 잘하고 애들 이뻐해서 이후 전문대 진학 대학편입 등등을 거치면서 유치원 교사로 20년 재직. 현재 유치원 원장.

누나2. 숙명여중 숙명여고. 누나1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과외비 투여 공부 지지리 못해 지방대학까지 다 떨어지고 지방전문대 진학. 이후 처음듣는 지잡대 편입. 현재 가정주부인데 매형이 벌이가 좋아 애 키우고 즐기고 사는 중.

나. 대청중 졸업할 때 즈음 아버지 사업 망가짐. 이게 imf 3년전이던가. 강남 아파트 팔고 은중동 썩다리로 이사. 이후 학원과외 없었음. 그냥 학교 수업이랑 자율학습이 전부. 대학 가면 등록금은 어째야하나 생각에 사관학교 준비. 사관학교 신체검사 탈락. 고려대 정경대학 진학.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야근중.

아버지. 이후 사업 정리하고 기술사 자격 취득 후 취업. 지금도 현직에서 돈벌고 있음.

난 학군같은거 안믿어. 대학 다니면서 과외 참 많이 했는데 공부 못한 부모들일수록 아이에게 돈을 쏟아부으면 그게 성적으로 연결된다 믿는것 같아. 그게 30년전 우리 어머니가 누나들에게 했던거고. 학군에 집착하는 부모들이 대개는 그렇게 애들을 망치는것 같아.

나 고등학교때 우리 부모님은 진짜 맘 비웠던것 같아. 누나들 그렇게 뒷바라지 했는데 대학 다 떨어지는거 보고, 학군 사납기로 소문난 학교 보내면서 학원하나 못보낸 나는 그냥 인서울 대학 정도만 가도 충분히 감사했을것 같아. 전교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등수의 성적표를 갖다 보여줘도 그게 학교가 후져서지. 강남에서였다면 중상위권 정도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셨던것 같아..

근데 또 나이 마흔 되어서 보니 지금 젤 행복하게 사는건 공부 지지리도 못했던 누나2고, 누나1도 자기한테 잘 맞는 일 찾아서 나름 전문가로 그쪽 업계에서 방구 깨나 뀌는 것 같고, 지금 와서 보면 제일 고생하고 야근하고 재미없게 사는건 나인것 같아. 행복은 진짜 성적순은 아닌 듯.

그래도 학군에 집착하는 사람들 보면 예전에 철없던 우리엄마 보는것 같아서 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