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열기를 누군가는 ‘열성적 지지’라고 한다. 다른 이들은 ‘광기’라고 부른다. ‘열성적 지지’ 혹은 ‘광기’를 말할 때, 이 현장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24일 문재인 대통령 65세 생일을 맞아 기획된 ‘문재인 대통령님 생신기념 전국 대번개’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전국 17곳에서 일제히 열렸다.
서울에서는 수유, 잠실, 신림, 시청 4곳에서 ‘생일 번개’가 개최됐다. 4곳을 다녀 들은 이야기 중 ‘나는 왜 문재인을 지지하는가’ 하는 부분만 옮긴다. 건강한 지지인가, 광기인가, 판단은 독자 몫이다.

◎수유역-혼참치 / 참가자 30여명
“김어준의 나꼼수를 2011년에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보수 측의 국민을 우롱하는 태도, 실상을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노무현 팬카페, 민주당 당원 가입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달빛기사단으로 활동하며 네이버 댓글 내리기, 트위터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어요.”
“어렵고 고통당하는 서민들에게 늘 낮은 곳으로 임하는 대통령입니다.”
“솔직히 언론 때문이에요. 대선 때 언론과 다른 당에서 문재인 후보만 물어뜯고 흠집내고 하니깐 보고 있는 제가 어이가 없었어요. 계속 당하고만 있으니깐. 그래서 반박하기 위해 문재인 후보에 대한 걸 찾다보니깐 알면 알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 똥통 정치판에 와서 더 힘들지 않을까 고민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깐 문팬 카페 회원이 됐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장례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문재인은 당시 이명박 앞에 가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장면에 보고 나는 놀랐어요. 친구를 잃게 만든 사람 앞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고 난 문빠가 됐어요. 문재인의 자제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그릇이라면 대통령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 img option modified under300 right 20150828 --> <!-- img links has --> <!-- img links none --> 문재인 대통령 공식팬카페가 문재인 대통령 생일 기념 번개를 위해 제작한 케이크. /디지털편집국 기동팀.

이날 수유역 근처 식당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30명이 참석했다. 회비는 2만원. 회원 다수가 40~50대 남성이었다.
황창하 더불어민주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인삿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두 힘을 더 내달라. 대통령을 갈아치웠지만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SNS(소셜미디어) 활동 등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연한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 이상한 지적이 많다. 이게 정상인가. 평창 올림픽과 평화 올림픽을 합쳐 ‘창화 올림픽’으로 실검(실시간 검색어) 하는 건 어떤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호주오픈테니스 4강에 진출한 정현 선수 이야기도 나왔다. “오늘 테니스 정현 때문에 실검이 제대로 안 먹혔다. 그런데 정현 선수 자체는 감동이었다. 앞으로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 댓글, 트위터에서 빡세게 활동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뒤집히지 않게 댓글 공세를 계속해야 한다.”

◎신림역-바보주막 / 참가자 약 30명
“잘 생겨서 좋아요. 인물도 중요하잖아요. 실제로 봤는데 정말 잘 생겼고, 착하게 생겼어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잘 생긴 것 같아요."
"저 나이에 저 정도면 정말 잘 생긴 것 같아요. 당선 후 그 사진도 나왔는데, 문재인 대통령부터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셋이 걸어가는데, 경호원까지 모두 미남이라 흐뭇하더라고요."

<!-- img option modified under300 right 20150828 --> <!-- img links has --> <!-- img links none --> 문재인 대통령 공식팬카페가 문재인 대통령 생일 기념 전국 번개를 홍보하는 포스터.

"일을 열심히 해서 좋아요.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에도 열심히 일해서 임플란트 했다던데, 지금 또 이렇게 일하면 임플란트도 못할 것 같은데 걱정돼요."
"착해서 좋아요. 그게 약점이기도 했죠. 박근혜한테 대선에서 질 때는 독기라고 해야 하나, 그런 근성이 좀 안 보이는 것 같았는데, 이번 대선 때는 달라진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 자체가 착해 보이는 건 변함 없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아요. 더불어민주당이 힘들었던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다른 것 없이 눈빛으로 사람들을 영입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 눈을 보고 다 넘어오는 것 보면... 그때 저도 문재인한테 반해버린 것 같아요."

신림역 행사가 열린 곳은 ‘바보주막’. ‘바보 노무현’을 좋아했던 이들이 모임 공간으로도 활용하기 위해 차린 주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평창올림픽도 화제에 올랐다. “북한이 참가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지지율이 80%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사전점검단 방남 일정 내내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이 비판적인 기사를 올려 호재임에도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운영진은 문 대통령 생일을 기념해 케이크를 준비했고, 케이크를 자른 사람은 ‘문팬이 아닌데 나온 사람’ 중에서 뽑았다. 30명 중 60% 이상이 40~50대 남성이었다.

◎잠실새내역-진원조닭한마리 / 약 35명
“세월호 참사 이후로 필리버스터 연설을 보고 관심을 가졌어요. 마음 속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총선에서 이긴 후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돌아다녔어요. 당시 당대표가 문재인 대표였는데, 김종인한테 당 대표 넘긴 이후로 더 좋아했어요. (박근혜처럼) 친박, 비박 나누지 않고 깨끗한 정치를 하니까요.”
“저도 세월호 이후로 문재인 대통령을 알게 되고 좋아했어요. 책 보면서 알아가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이 성향에 맞고 가장 잘 맞아요.”
“대선 때 나이가 안돼 선거운동을 못했지만, 옆에서 춤추고 그런 걸 했었다.”
“생업에 바쁜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인터넷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어가면 너무 말도 안 되는 댓글이 많아. 저기(국정원)는 나랏돈 주고 돈 줘가면서 하는데 나 같은 일반인은 10원 한장 받는 게 아니잖아. 근데 그 전에 쓴 사람들은 다 나라에서 돈을 받고 쓴 거 아니냐, 기무사 그런 거. 그러니까 그런 걸 고발해야 하는데. 어떤 날은 새벽 2시까지 댓글 달다가 잔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희, 김성곤 민주당 의원, 김기영 서초을 지역위원장도 참석해 인삿말을 했다. 행사에는 생일케이크 3개가 준비됐고, 그 중 하나는 고구마 케이크. “문 대통령 별명이 고구마 아니냐”는 설명이 붙었다.
대체로 40~50대 남성이 많았고, 15세 학생 두 명이 눈길을 끌었다. ‘뼈를 묻겠다’는 말도 이들 입에서 나왔다. 경북에서 온 김군(15)의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청와대 로고가 박혀 있었다. 카톡 배경화면, 상단 친구목록-대화창 등의 버튼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 얼굴 사진이었다. 최군(15)은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김대중 대통령 기념 시계를 차고있었다.

<!-- img option modified under300 right 20150828 --> <!-- img links has --> <!-- img links none --> 문재인 대통령 공식팬카페가 문재인 대통령 생일 기념 번개에서 나눠준 ‘문재인 스토리북’. /디지털편집국 기동팀.

◎시청역-신의주부대찌개 / 37명
“‘오늘은 대통령 얼굴에 다크서클이 얼마나 내려왔고, 눈이 얼마나 충혈됐네, 피곤하시겠다’ 같이 대통령 컨디션에도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관심이 많아요. 그냥 사람이 좋잖아요. 이유를 뭐 따질 게 있나요. 제 주변 20~30 여성 문팬 중에는 이렇게 ‘인간 문재인’에 반해서 좋아하는 경우도 많아요.”
“인권변호사 했잖아요.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우리나라 언론만 크게 떠들지 외국에서는 칭찬한다고 하더라고요. 트럼프와도 잘 지내고 중국과 관계도 좋지 않나요? 그리고 아베도 평창 안 온다고 했다가 오는 거 보면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5년간은 태평성대 아닌가요.”
“2012년 대선 때 대선 주자로 떠오르기 전부터 좋아했어요. 저는 노사모 활동도 했었거든요. 노통과 밟아온 이력도 비슷하고. 그래도 노사모 때는 활동 많이 안 했거든요.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했을 때도 한 몇 달 분노하다 말았는데, 지 <iframe width="250" height="250" src="http://cad.chosun.com/RealMedia/ads/adstream_sx.ads/www.chosun.com/news@x74"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noresize="" scrolling="no"></iframe>난해 최순실 게이트 보고 분노했어요. 그래서 작게나마 문재인한테 힘 실어주려고, 대선캠프 자원봉사도 참여했어요. 문재인이라야 바꿀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딸과 아들에게도 문재인이 어떤 사람인가 잘 설명해주려고 해요. 우리가 모신 우리가 만든 대통령인데 너무 자랑스러워요. 인간미가 있으신 분 같아요.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잘 이해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