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의 집값 담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파트를 팔 때 일정 가격 이하에 내놓지 못하게 급매 거래를 막고,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낮은 가격에 거래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에서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 총 3658가구 규모의 대단지이지만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매매 매물은 1~2건 정도.

이렇게 된 이유는 아파트 입주민과 중개업소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집주인들은 매매 호가가 갈수록 오르고 있는데 부동산 중개업소가 이미 거래가 끝났거나 호가보다 낮은 미끼 상품을 올려 시세보다 싼 가격에 계약 체결을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올린 중개업소를 신고했고, 이에 중개업소들도 매물을 내리면서 맞서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덕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입주민들이 가격을 낮게 내놓는 중개업소에 매물을 주지 말라고 부추기고 있다”며 “호가를 올린다고 실거래가가 무작정 오르는 것도 아닌데 요구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은 앞서 용산구 동부이촌동 일대에서도 벌어졌다.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에 등록되어 있던 한강대우·한가람·강촌 등 동부이촌동 주요 아파트 단지의 매물이 올해 초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 역시 집주인들이 중개업소를 신고하면서 빚어졌다. 이촌동 인근 중개업소들이 이미 거래가 끝난 매물을 시세보다 낮은 허위매물로 꾸며 올리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촌동 한 공인중개사는 “같은 단지라도 동과 층이 다르면 기존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작년 말에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잠실 A아파트 단지에서는 집값 담합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붙어 논란이 됐다. 다른 강남 아파트 단지들이 가격 담합으로 매주 1억원씩 집값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일정 가격 이하로 집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게시물의 내용이다. 이 게시물은 주택형별로 가격 하한선을 제시하며 기준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말 것을 집주인들에게 촉구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매도자 우위라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전체로 보면 공급은 제한되어 있는데 매물은 적고 수요는 탄탄해 집값 담합을 통해 집값을 올리는 것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 프라이빗뱅커(PB)는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호가로 집값을 떠받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꼭지에서 집을 산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