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정부, 규제로 산업화 막혔는데 R&D 회계부터 정리하라 압박"

"한국 바이오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최적기)은 기껏해야 3~5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회계 논란과 과도한 규제로 기업들의 싹을 죽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서울대 분당병원 석좌교수)은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R&D 회계 처리 문제와 관련해 "협회도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금융 당국이 너무 급격하게 밀어붙여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부터 바이오 기업들이 R&D에 투입한 자금을 회사의 자산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 감리를 벌이고 있다. 서 회장은 "규제 때문에 산업화되는 길은 막혀 있는데, 이 상태에서 회계 문제를 먼저 정리하자고 들어오면 바이오 기업들이 설 땅을 잃는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를 국내 바이오 기업의 발전을 막는 대표적인 규제 분야로 꼽았다. 그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에서는 질병 유전자 검사는 DTC로 할 수 없어 산업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규제에 막혀 이도 저도 못하면 3~5년 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국내 시장으로 치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바이오산업이 정보산업으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 같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새로운 기업이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아예 원격의료 같은 신의료 기술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 정부가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지 못하면 지난 20년의 한국 바이오산업 도전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