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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통개발’ 한마디에 집값 들썩…여의도 ‘서울의 맨해튼’ 될까

ㅇㅇ(175.223) 2018.07.29 09:01:43
조회 421 추천 3 댓글 0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상징성이 크다. 서울을 좌우로 관통하는 한강변에 자리하고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가 놓여 있다. 서쪽으로는 한국 정치를 일면 상징하는 국회의사당과 국내 최대 방송사인 KBS가 있고, 중앙에는 여러 금융기업과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서울국제금융센터,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이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는 2000년대 초까지 초고층빌딩 기록을 갖고 있던 63스퀘어(옛 63빌딩)와 지어진 지 50년이 돼가는 아파트들이 자리한다. 

1970년대부터 근 40년간 한국 정치·경제의 핵심지로 위상을 유지해온 여의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잃어갔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들의 기세가 꺾여 성장동력이 약해졌고, 2010년 전후로 종로·을지로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사무용 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등 도심 곳곳에 업무지구가 활성화돼 여의도가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또 KBS와 함께 오랜 세월 양대 주축을 이루던 MBC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로 이사하면서 방송 중심지로서 이미지도 퇴색됐다. 

점차 잊히던 여의도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7월 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하고자 싱가포르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를 지하화해 지상은 마이스(MICE) 단지와 쇼핑센터, 공원 등으로 개발하겠다”며 여의도와 서울역~용산역 구간 개발의 청사진을 밝힌 것. 서울시장이 공식석상에서 여의도와 용산을 아우르는 개발에 대해 언급하자 집값이 요동쳤다.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단번에 호가를 1억~2억 원씩 올리기도 했다. 

시장 분위기를 알아보고자 7월 24일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역을 찾았다. 63스퀘어 옆으로 1970년대에 지은 10층 이하 아파트들이 성냥갑처럼 나열돼 있었다. 한눈에 봐도 낡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데다 생활의 불편함마저 간접적으로 느껴져 재건축이 시급한 듯했다. 여의도성당 인근 상가에 위치한 H부동산중개사무소의 대표는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점부터 거래가 끊겼다 7월 10일 서울시장의 발언 이후 열흘 사이 대여섯 건이 거래됐다. 그동안 팔고 싶어도 못 팔던 집주인들이 매수세가 붙자 호가를 올려 거래했다. 일부 매물은 집주인이 호가를 더 높이는 바람에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지금은 더 오르리라고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여의도동 광장아파트의 경우 7월 11~20일 4건이 거래됐다. 전용 102~119㎡ 매물이 13억8000만~15억2500만 원에 팔렸다. 4월과 6월에는 전용 116㎡ 매물이 각각 12억5000만 원, 14억7700만 원에 단 2건만 거래됐다(표 참조).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방증된 셈이다. 

용산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이촌동 왕궁아파트의 경우 7월 20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안이 보류됐음에도 7월 중순 이후 전용 102㎡의 호가가 최고 16억 원까지 올랐다. 가장 최근 실거래 가격이 5월 14억3000만 원(전용 102㎡)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1억7000만 원이 상승했다. 실제로 거래될는지 두고 봐야 하지만 서울시장의 발언이 정부의 강도 높은 집값 안정화 정책을 무력화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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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색 표하는 정부 vs 작심 발언하는 서울시장


정부는 박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에 난색을 표했다. 7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서울시의 개발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자칫 버블만 남기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질의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의도·용산 통합개발은 도시계획적 측면이 있지만, 정비사업적으로도 고려할 것이 많아 종합해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박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에 서울역과 용산역 개발 방안을 포함해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철도시설 등은 국가 소유인데 이를 서울시가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중앙정부와 협의해 함께 하지 않으면 현실성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 장관의 발언이 있은 다음 날 서울시의 입장을 듣고자 관련 부서와 접촉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종합계획팀 관계자는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은 2030서울플랜을 계획할 때부터 검토해왔다. 그것이 거의 완성됐고 하반기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시장이 먼저 관련 발언을 한 것 같다. 물론 김 장관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한 말에도 공감한다. 서울시 정책은 정부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동을 걸었음에도 박 시장은 다시 한 번 여의도 통합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7월 25일 박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팟캐스트 ‘서당캐’에 출연해 “여의도 아파트는 1970년대 지어졌고 평수가 넓어 주로 어르신이 많이 살기 때문에 도시 활력이 확 떨어져 있다. 아파트단지마다 따로 재개발이 진행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의도를 서울 맨해튼처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종합적 가이드라인과 마스터플랜 아래 개발이 진행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정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집값 안정’이라는 과업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서울시가 구상하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말 한마디에 재건축 아파트 값이 수억 원이 뛰었다. 하반기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이 공개되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로서는 서울시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한편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번 박 시장의 발언이 개인적 의견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여의도 개발 계획이 해프닝처럼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1월 여의도 11개 아파트단지를 전략정비구역 개발로 땅 용도를 상향조정하고, 70층 복합빌딩 3개 동과 평균 40층 초고층 주상복합을 건설하는 내용의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오 전 시장이 추진하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 사업이었다. 

그러나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이 제35대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듬해 서울시는 오 전 시장이 발표한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통합개발 계획을 폐기했다. 당시 서울시는 “당초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은 전체적인 도시계획상 맞지 않기 때문에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개발안을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11개 아파트단지 주민들 역시 땅 용도의 종 상향과 고도 제한을 푸는 등의 여러 혜택을 받는 대신 기부채납 비율을 40%로 정한 데 대해 과도하다는 불만을 터뜨렸고 결국 개발 사업이 백지화됐다.

한 차례 무산으로 반신반의하는 주민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말한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에 여의도 주민들이 무턱대고 반색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의도에 살면서 20년째 중개를 하고 있다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S부동산중개사무소의 대표는 “여의도는 개발 얘기만 나오면 오른다. 오 전 시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시장이 지금 3선 이후 개발하겠다고 나섰는데, 7년 전과 무엇이 달라질는지 두고 봐야 한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난리인데 시장이 집값 올리는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재건축 아파트 지구단위 개발이 한차례 무산된 후 또다시 통합 재건축을 할 경우 진통이 클 것이란 의견도 있다. H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2011년 발표된 여의도 개발 계획은 집주인들이 감당해야 할 손해가 상당했다. 아파트는 개인 재산이고 단지별로 상황이 다 다른데 시에서 통합 재건축을 하라고 하면 집주인들은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 결국 2012년 개발 계획이 무산된 이후 지금은 단지별로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시에서는 지구단위로 묶어서 재건축을 추진할 것 같다. 사실 집주인들은 통합 재건축이 자신들에게 100%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 발언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통합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면서도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섣불리 생각지 말고 수십 년 뒤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책임하게 던져놓으면 자칫 10년 이상 늦춰질 수도 있다. 또 박 시장이 이번에 3선이라 다음 선거에서는 시장이 바뀌는데, 전임 시장이 벌여놓은 일을 이어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통합개발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의도 상황을 고려해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철 한국도시재생학회 회장은 “여의도의 특성과 성격에 맞는 개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도 여의도 빌딩의 공실률이 상당하다. 이는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개발을 위해서는 여의도에 어떤 수요를 모을 수 있는지, 장기적인 개발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개발 계획만 세웠다고 그대로 진행하려 들면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계획안이 완성됐다고 시행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에서 한국 경제의 상황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과 여의도를 연계한 도심 개발은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타이밍이 적절한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에서도 거대한 도심 재개발 사업을 진행했는데, 모두 경기침체기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금 우리는 중앙정부가 주택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서울시장의 발언으로 오히려 주택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고, 개발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뛰어들 기업 있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이 발표된다 해도 여기에 참여할 기업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른다. 삼성·현대·LG·롯데 등 굵직한 대기업은 이미 다른 곳에 터전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서초구 서초동에 삼성전자빌딩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삼성디지털시티를 갖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땅을 매입한 후 사옥 건설을 추진 중이다. LG그룹은 5월 강서구 마곡지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 사이언스파크를 개장했으며, 롯데그룹은 지난해 송파구 신천동에 롯데월드타워를 세워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용산 통합개발에 뛰어들 국내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서울시와 정부가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했을 때 어느 정도 뒷받침할지도 미지수다. 7월 20일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계획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에서 또 보류됐다. 이번이 세 번째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개발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 유치라고 강조했다. 심교언 교수는 “여의도·용산 통합개발은 기업 투자 유치가 필수다. 그런데 현대차그룹 신사옥 건설처럼 앞서 벌여놓은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선뜻 들어갈지 의문이다. 서울시가 통합개발을 하려면 도시계획 인허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이 롤모델로 삼은 곳이 미국 뉴욕 맨해튼이라면 국내 기업에 한정 지을 것이 아니라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호철 회장은 “맨해튼은 초고층 상업빌딩이 즐비한 곳이다. 여의도에 이 같은 빌딩을 세우려면 건설뿐 아니라 향후 수요도 뒷받침돼야 한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그곳에서 일할 외국인들이 거주까지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장기적 개발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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