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커뮤니티엔 투자자 원성·한숨·분노 뒤섞여
주가 '10분의 1토막'..하룻새 시총 8500억 증발
'무더기 상폐'로 7만명 넘는 개인투자자들 눈물[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전세대출 받은 돈이랑 해서 1억원 투자했는데 다 날아갔네요. 수익률 보니 -95% 찍힙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마누는 흑자에다가 재무제표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장 폐지인데, 이런 종목을 상폐하면 뭘 믿고 주식 투자를 하라는 건가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대표이사 개xx 그냥 가만히 둘 건가요? 양심이 있으면 최소한 주주들한테 사과라도 해라. 쓰xx들아!” 

코스닥 11개 종목이 정리매매에 들어간 지난 28일. 주식 투자자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는 투자자들의 원성과 한숨, 분노가 뒤섞여 하루종일 뒤숭숭했다. “한숨밖에 안 나온다”며 한탄을 쏟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위 ‘동전주(株)’가 된 주식을 “싼 맛에 다시 사보겠다”고 벼르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총 7거래일간 진행되는 정리매매는 상폐가 결정된 상장사의 주주가 주식을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정리매매에 들어간 주식은 상·하한가 제한이 없고 거래는 30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데, 대체로 이 기간 동안 해당 종목들은 폭락한다. 

실제로 스틸플라워(-85.0%),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94.3%), 썬코어(-98.0%), 위노바(-95.9%) 등 올 들어 상폐된 주요 종목들은 정리매매 기간 동안 90% 내외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국내 해운사(史)에 한 획을 그었던 한진해운이 정리매매 마지막날이었던 지난해 3월6일 기록한 주가는 고작 ‘12원’이었다. 

10월11일자로 상폐가 확정돼 지난 28일 정리매매를 시작한 11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도 급락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8일 에프티이앤이(065160)는 전 거래일보다 96.37% 내린 1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밖에 △모다(149940)(-95.92%) △트레이스(052290)(-95.88%) △위너지스(026260)(-94.51%) △우성아이비(194610)(-94.12%) △지디(155960)(-93.81%) △레이젠(047440)(-93.30%) △감마누(192410)(-93.10%) △파티게임즈(194510)(-92.36%) △넥스지(081970)(-90.29%) △C&S자산관리(032040)(-81.09%) 등 다른 상폐 예정 종목들도 폭락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하룻새 주가가 10분의 1 토막이 나면서 9300억원이 넘었던 11개사의 시가총액은 78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무려 8500억원 이상의 시총이 증발한 것이다. 그나마 지금이 양호한 걸 수 있다. 정리매매가 끝나갈 때쯤엔 한진해운처럼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각 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들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 주주는 7만4327명에 달했다. 이들에게는 끔찍한 ‘눈물의 폭탄세일’이다. 

장중에는 이상한 낌새도 보였다. 일부 종목의 경우 급등락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 연출된 것. 넥스지가 대표적이다. 이날 850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넥스지는 장중 1710원까지 뛰었다가, 결국 1015원에 장을 마감했다. 정리매매 기간에 단기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정리매매꾼(정매꾼)’이 등장해 시장을 교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감마누, 위너지스, 넥스지, 에프티이앤이, 파티게임즈, C&S자산관리 등은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미 시작된 정리매매를 멈출 수는 없지만, 최종 상폐 결정이 나오는 10월 11일 이전까지 법원이 가처분 소송을 인용한다면 ‘상장’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