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중국에서 원가 8만원에 들여와서 380만원에 판다니까

환상이 와장창 깨져서 분개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명품이라는 환상의 세계에서는 중국도 8만원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데 그게 딱 인증이 되니까 세계관이 일부 허물어진 거지.

나는 직관으로 가죽제품은 20~30만원대의 중저가 브랜드가 가장 합리적인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항상 품어왔었거든.

직관이라는 게 일생동안 받은 교육과 경험칙에 의해서 형성되는 순간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직관에는 환상의 요소가 거의 개입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현상이든 신비주의나 환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더라.

예전에 케이블TV에서 하는 프로에서 중고차 시장에 주차된 수많은 차들 중 트렁크에 특정 물건을 넣어놓은 차를 초능력으로 찾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런 환상에 기반한 직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너무 신기하다고 저걸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라고 궁금해하고 앉아있더라.

나는 PD고 출연자고 작가고 저런 거짓말을 방송에서 대놓고 하다니 말세다 말세. 이러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그 사람이 모자란 사람도 아니었다.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세상사에 좀 너그럽더라. 사람에게도 너그럽고. 반면에 나는 좀 뾰족하거든.

내 눈엔 환상이 걷혀진 거짓말과 과대포장과 허언들이 보이는데 사람이든 물건이든 너그럽게 보일 수가 없다.

이런 성격도 참 살기 피곤하긴 하다.

예전엔 환상속에 사는 사람들이 이해 안되고 이상해 보일 때도 있었는데

이젠 세상엔 그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기게 됐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맘 편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단, 큰 사기 안당했을 때만...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연예인도 먹고 살고 정치인도 먹고 살고 건기식 회사도 먹고 살고 한의사도 먹고 살고 돌팔이에 약팔이 쇼닥터도 먹고 살고 종교쟁이들도 먹고 사는 거 아니겠냐.

나만 안속으면 되고 내 가족만 안속으면 되니까. 근데 내 가족도 조금씩 있다는 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