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갤에 처음 글을 써보는 26세의 남입니다
6년정도 손에서 놨던 일어.. 스펙 개발을 위해 몇일전부터 다시 교재를 잡았는데 감회가 새로워서요

(여기부턴 회상)
블링블링한 스무살이던 2003년 12월 응시한 능시 1급에서 합격했었습니다
순수 1급준비기간은 6개월정도, 점수는 350점 정도 되었었네요

합격 2년전인 2001년 여름, 저렴한 동네 외국어 학원에서 문법회화 짬뽕된 수업을 수개월 듣고
능력시험의 존재를 알게되어 어찌어찌하다 정말 1~2점차 턱걸이로 2급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때부터 자만의 시간이 시작되었죠.. 마치 내가 일본어의 신이나 된냥
처음 응시한 시험, 그것도 두번재 급수에서 붙었으니.. 원래 그나이때가 다들 그렇잖아요?

그뒤로 완전히 펜을 놓고 무사태평의 시간.. 솔트레이크 오노 개놈시키네, 2002 월드컵 오필승 꼬레아네 띵가띵가 지내다
그해겨울 2급 합격자라면 당연히 붙겠지 하고 응시한 1급시험에서 호되게 떨어졌습니다..
같이 시험본 1년간 일본인 1:1 과외받고 1점차로 1급 합격한 부잣집 아는애가 있었는데 
시험 다음날 같이 답맞춰보고 저를 엄청나게 무시하더군요
가난한 집 애들은 그래서 공부하면 안된다는둥, 자긴 이제 일본으로 갈거다 너랑은 다른세상 사람이다 등
(갸는 합격후 집에서 일본에 맨션얻어주고 유학가서 지금 잘살고 있음. 그당시 EJU가 없어서 능시1급만으로 입학되는 대학 많았음)

그친구 하는 말도 화났지만.. 노력하지않아 불합격한 현실을 인정하기어려운 볼썽사나운 제 자신에 정말 너무 화가나더군요
시험조진것도 꼴릿한 고통인데 집안까지 휘청하고.. 전 학교를 그만두고 사회에 뛰어들게 되었지요
검정고시에 알바에 좀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5월이 끝나고 있더군요
당시엔 시험이 연1회인데다 다음해엔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지미.. 흩어진 내청춘..) 이행해야 하기때문에
남은 시간이 꽤 촉박하더군요, 능시 2급경력이 있다지만.. 이미 공부를 손에 놓은지 1년이 훨 넘었고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1급과 2급도 상당한 갭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어휘량이 좃to the망)

여기서부터 당시 공부했던 방법 수기들어갑니다 (제법 오래전이라 신세대분들한텐 도움안될확률 99%)
교재는다른거 없이 오직 한 출판사것만 팠습니다 교재명이 가물가물한데 \'블랙박스\'라고..
블루블랙 포스를 뿜는 정말 한글이 드물게 나오는.. 아마 지금은 출판안될듯 하네요
여튼 각과목 그 교재하고 두산프라임 일한 사전, 종이가 침에 팅팅불을 정도로 파고 또 팠습니다
당시 8:00-18:00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무조건 여섯시 반 기상, NHK 30분~1시간 시청했습니다
근데 NHK라는게 오락성이라곤 거진 없는데다 못알아들으니 초반엔 울화에 눈물이 맺히더군요
신기하게도 10월중순쯤 되니까 진짜 저도모르게 이해가 되더군요.. KBS를 본건지 NHK를 본건지 모를정도로..
여튼 시험전날 아침까지도 방송은 계속 들었구요, 청해 외 나머지 과목은 교재 계속 돌렸습니다
알바때문에 일공부시간은 5~6시간 되었던 것 같네요 시험 1주일전에 모의고사 3회결과 320~340점대였구요

그리하여 유독 추웠던 2003년 12월 첫째주 일요일 두번째 시험에 응시했고
그때 내용이 너무 잼있어 다풀고 2~3회 더 읽었던 독해 문제가 아직도 기억나네요..
북극인지 남극인지.. 태양과 완전 일직선이 되는 기간이 있는데 그땐 자신의 그림자가 없어진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거 같애요..

다음날 알바끝나고 인터넷으로 조용히 가답안 확인, 합격점 넘어가는 순간 조용히 눈물이 흐르더군요
날 무시한 그놈한테 복수가 되는것도 아니고 합격한다고 집안이 일어서는 것도 아니고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지만
뭔가 자신의 가능성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나름 기뻤답니다

이상으로 별거없이 스압만 잔뜩 들어간 1급 후기였습니다
합격한뒤 바로 군입대 크리, 제대후엔 취직, 기타 개인사정 등으로 공부를 전혀 못했습니다
6년만에 다시보는 능시 1급책 정말 눈이 돌아가는 군요 후후, 70%는 머릿속에서 날아간듯 합니다
그래도 나머지 30%에 희망을 걸고 다시 해보려구요, 다들 도와가며 열심히 공부해보아요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활동하게 될 것같으니 친하게 지내요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