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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풍’, 이 힐링 드라마는 왜 ‘별순검’ 같은 수사물이 됐을까

oo(222.100) 2022.08.10 12:20:11
조회 519 추천 27 댓글 6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에 의술과 추리가 더해진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제목이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이다. 그러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의원인 유세풍(김민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뜻이다. 의원 중에서도 ‘정신과’를 붙여 놓은 건, 그가 놓은 침에 왕이 사망하는 일을 겪고는 트라우마를 가진 이 유세풍이 더 이상 침을 놓지 못하게 된 상황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정신과가 따로 있을 턱이 없다. 다만 진정한 의원은 몸만 고치는 게 아니라 먼저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심의(心醫)’를 그렇게 현대식으로 지칭하고 해석했을 게다.

하지만 유세풍의 침에 왕이 사망한 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누군가 독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멸문지화에 이르고 아버지도 살해당했지만, 그만은 세자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살았어도 침을 더 이상 놓지 못하는 그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의 의원이다. 그런 그가 괴짜 의원 계지한(김상경)을 스승으로 만나 침을 못 놔도 진료를 보고 처방을 내리는 일로 의원일을 해나간다.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도와주는 유세풍과 무엇보다 양반들한테는 돈 밝히는 괴짜 의원이지만 서민들한테는 돈을 받지 않는 민초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계지한과 그 식솔들이 보여주는 따뜻함은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힐링과 위로를 주는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힐링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에는 서은우(김향기)라는 검안에 남다른 능력을 가진 여성이 등장한다. 그래서 3화에 등장하는 ‘구미호 살인사건’은 서은우의 이러한 능력이 빛을 발하는 에피스드다. 마치 구미호에게 당한 듯 간이 사라져버린 사체가 등장하고, 마침 그곳에 몽유증을 가진 백정의 딸 연희(강지우)가 범인 누명을 쓴다. 백정이 쓰는 칼이 사체 옆에 버려져 있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서있던 연희는 자신이 실제로 누군가를 죽인 걸로 착각한다.

하지만 서은우는 연희가 도깨비와 별빛을 봤다는 진술을 토대로 살해 현장을 재조사하면서 살해된 자의 사인이 칼이 아닌 활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사체의 몸에서 부러진 화살촉을 발견해낸다. 결국 연희가 몽유증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누군가가 그걸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한 유세풍은 연희가 계수의원을 찾았던 날 찾아온 다른 병자들을 조사해 그 범인이 서은우의 시동생(고건한)이었다는 걸 알아낸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시댁에 자청해 돌아간 서은우는 시동생을 도발해 그가 한 범죄를 실토하게 만든다. 결국 시동생은 현장에서 붙잡히고 연희는 누명을 벗는다.

tvN 월화드라마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은 이처럼 의술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닌 살인사건 등을 조사하는 추리적 요소가 더해져 있다. 조선시대에 검안은 의원이 아닌 오작인이나 검률이 하는 일이었지만 계지한의 말대로 작은 마을에서는 오작인이 따로 없어 동네의원이 도와줘야 했다는 게 그 배경이다. 그래서 유세풍이 이 작은 마을에서 벌이는 의술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서은우와 함께 공조하는 마치 <별순검>류의 조선시대 법의학(?) 에피소드가 이 드라마에는 섞여 있다.

여기에는 또한 조선시대라는 상황에서의 민초들이 겪는 아픔이 그저 힐링과 위로로 치유될 수 없는 ‘한’의 차원에 이른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신분사회 속에서 연희 같은 백정의 딸은 쉽게 살인자의 누명이 씌워져 진짜 살인자들 대신 죽어나가도 뭐라 한 마디 항변조차 하기 어려웠다. 또 서은우처럼 위암을 앓고 죽을 게 뻔한 남자에게 시집을 와 결국 남편이 죽자 따라 죽어 열녀문을 받아내려는 시어머니 아래가 갖은 핍박을 받는 억울한 여성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그러니 이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는 현대인들이 말하는 ‘정신적 고통’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살인자나 가문의 대를 끊은 인물로 치부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서은우가 꺼내놓은 조선시대의 검안방법을 소상히 담아 놓은 책은 다름 아닌 ‘무원록(無冤錄)’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이 책은 조선시대판 법의학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책의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원한이 남지 않게 하는 책’이라는 그 의미는 얼마나 억울한 이들이 누명을 쓰고 죽어나갔는가를 에둘러 말해준다. 조선시대의 힐링과 위로는 그래서 마음의 치유 그 이상의 ‘원을 없애주는’ 그 차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이 의술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무원록을 통한 법의학적 지식으로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이유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유세풍이 왕을 죽게 했다는 그 누명을 벗는 이야기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누명이 벗겨지는 그 순간은 각자가 자신의 진짜 소중한 정체를 깨닫고 그 자신으로서의 삶을 당당히 선택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가 아닌 서은우로서 불리는 삶, 그리고 왕을 죽였다는 누명을 벗고 본래 이름인 유세엽을 다시 되찾으며 동시에 유세풍이라는 민초들을 위한 의원의 길 또한 자신의 길로 찾아내는 그런 삶. 이보다 큰 위로와 힐링이 있을까.

그러고 보면 드라마의 첫 시작으로 서은우가 유세풍을 살리고, 유세풍 또한 서은우를 살리는 에피소드를 넣은 건 이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것. 그것이 비록 버텨내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살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걸 이 드라마는 수사의 쫄깃함과 기분 좋은 훈훈함을 더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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