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순부터 자꾸 아랫배가 자주 불편하고

원래 하루 2번씩 화장실 갔는데

변비는 아닌데 변도 잘 안보게 되고 답답해서 변비약 사먹다가

저번달쯤 부터는 변비약 먹어도 별로 효과 없길래

지인이 대장내시경 해보라고 해서 귀찮아서 계속 무시하다가

부모님도 검사좀 해보라고 하길래 아무것도 없으면 검사비 줄거냐고 다투다가

내과 가서 대장내시경 했더니 구불 결장?? 여기에 암 의심되어서 조직검사했다하고 그 말듣고부터 완전 멍해지고 회사 일주일 연차내고 부모님한티 말도 못하고 폐인처럼 인터넷 뒤지고 살다가 조직검사결과 선암이라면서 대학병원 가라고 해서 그냥 정신없이 가까운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예약했너니 또 CT 랑 쭉 찍어봐야 치료 범위 결정한다고..

기다리는동안 뭔일 생길까 두려워서 거의 식음 전폐하다시피 했는데 오늘 CT 결과 간에 여러군데 전이도 되었다고하네.

수술도 못한다고 함. 진짜 황당하고 뭔 이런 일이 있나 싶네 진짜 꿈이면 깼으면 좋겠고

타임머신 딱 한번만 쓰게해줬으면 작년으로 돌아가서 대장내시경 바로 받아서 작을때 치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한테 화가 나고 엄청 우울하네.. 중갤에서 뻘글 쓰면서 낄낄대고 시간낭비할 시간에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더이상 할수없을만큼 최선을 다할걸... 지칠만큼 최선을 다해서 떠나도 여한없을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게 노력할걸 하는샌각이 든.다

항암부터 해보자고 해서 일단은 일정은 잡았는데 느낌이 굉장히 안좋고 젊은 암은 진행도 빠르다고 하는데

난 왠지 내가 죽을 것 같다.

지금 소주 한잔도 마실까 말까 무수히 고민했고 이 한잔때문에 병이 더 나빠져서 살수 있는거 못살면 어떡하지 하면서 한숨 푹푹 쉬다가 어느순간 아무 소리 없이 눈물만 주르륵 흐르면서 그냥 냉장고에 있는 소주 꺼내서 울면서 홀짝홀짝 빈 속이지만 맛보다는 그냥 알코올의 화한 느낌이 식도를 거쳐 빈 위장을 어루만지고 들어가는 느낌으로 위로를 받고 있어.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하지? 죽기 전에 핸드폰 사진첩, 인터넷 접속 검색 내역들이랑 네이버 댓글, 커뮤니티 글 아이디 다 지우고 가야 하나? 검사하고 진료비 치료비 전부 죽기전에 실비라도 돌려받아서 부모님께 드리고 가야 하나?

별 생각이 다 든다. 죽으면 이 생각도 끊어지겠지? 그저 암흑이겠지? 암흑이라는 것도 못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