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이 울리고 운전석 문이 열렸을 때 나에게로 밀려온 것은 장내의 정적이었다. 그 정적, 그리고 그 늙은 강사가 시선을 딴데로 돌리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느낀 그 느낌이었다. 나는 도착선이 있는 쪽을 보지 못했다. 그럴 겨를이 없었다. 왜냐하면 강사가 나에게 이상한 형식을 갖추어, 나는 한국 국민의 이름으로 기능 시험에서 실격하게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나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실감되는 그 감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것은 분명 어떤 존중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강사들은 나에게 아주 부드럽게 대했다. 직원은 나의 손목에 자기 손을 올려놓았다. 나는 이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는 내가 선을 맞추지 않았고, 후진을 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밟았고, 밀크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구경석 전체를 격앙시키는 무엇인가를 느꼈고, 그제서야 내가 탈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빠르게, 좀 뒤죽박죽이 된 말로,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말인 줄 알면서도,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무전기 안에서 웃음이 터졌다.


다시 예약하러 간 나는, 우선 이미 여러 사람이 대기하고 있는 방에 갇히게 되었는데, 대부분이 합격인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웃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내가 T자에서 실격했다고 대답하자 그들은 잠잠해졌다.


선의 저 끝에서 통과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와는 3일간 관계가 없게 된 한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마치 그 커다란 합격 소리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비워 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신호들과 경적들이 가득한 이 길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실격된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안타까움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