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는 군대 말출(15일) 기간에 취득함

말출을 앞둔 개말년시절..말출때 면허를 따고 오리라 마음을 먹음. 말출 이틀전에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내 결심을 밝힘.

말출 하루 전날 싸지방에서 필기 기출문제 대강 공부하고 말출 나가는 당일에 일단 필기부터 따려고 했거든

근데 내 근무지는 연천군 전곡읍이었고 집은 대전이었는데..대전 면허시험장 필기시험 시간 알아보니

당일 필기시험 치려면 못해도 오전 10시까지는 시험장에 도착해서 예약해야 된다고 하더라..시발 미리미리 예약해둘 걸..

암튼 그렇게 싸지방 끝나고 내일 같이 휴가나가는 한살 동생 1개월 후임이랑 담배피러 감.

같이 담배피면서 면허얘기 주절주절 하다가 "아 씨발 낼 당장 필기 보고싶은데 방법없나" 하고 혼잣말로 푸념했는데

후임이 "형 대전살지않음?" 하길래 "ㅇㅇ. 근데 낼 대전가면 시간 너무 오바돼서 선착순 밀리니까 당일 필기시험 못 볼듯" 했더니

"걍 다음날 보지ㅋㅋ말출도 길게나가면서..아님 걍 서울에서 보고 가던가ㅋㅋ" 라더라

생각해보니까 내일 휴가 같이 나가는 이 후임이 서울놈이었고 게다가 먼젓번 휴가 복귀했을 때 자차 타고 복귀했다고 했음.

(부대에서 5분남짓 거리의 전곡 읍내쪽에 주차하고 부대 들어올때는 택시타고 왔다 함. 차는 스무살때 면허따자마자 집에서 차 해줬다고 함.)

그래서 다음날 말출 나갈때 후임차로 서울쪽 면허시험장 가면 말출 당일에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걔한테 알랑방구 존나 끼면서 서울쪽 면허시험장까지 가줄것을 요구함.

애가 또 착해서 "ㅇㅇ 어차피 낼 월욜이라 낮에 약속도 없으니까 델다줌" 하고 쿨하게 수락을 해 줌

그렇게 후임이랑 담배피고 대대장실 앞에서 출타자신고 마친 뒤 부대 복귀 후 생활관에 짱박혀있는 와중에

필기시험 후 이어지는 기능시험도 미리 대비하고자 px에서 주전부리 이빠이 사들고 수송 분과생활관에 쳐들어가서 면허시험에 대해 존나 물어봤더니

(우리 부대는 분과별로 생활관을 공유했음.)

막내부터 시작해서 수송분대장까지 해가지고 존나게 뭐라뭐라 떠들어대는데 일고여덟의 가지각색 목소리가 한데 섞이니 뭐라 쳐 씨부리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막내부터 발언권을 줌. "기능시험은 일단 타자마자 벨트 메고 안내음성에 따라 와이퍼 상향등 깜빡이 등등 차량 내부장치를 조작하고..어쩌고저쩌고.."

솔직히 그 당시에는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ㅋ 암튼 그렇게 저녁점호 하고 애들이랑 담배 피고 라면 먹고 자려고했는데 잠이 안옴

지금 생각하면 존나 웃긴 얘기지만 말출에 대한 기대감보다 바로 다음날 있을 필기시험 때문에 존나 긴장이 돼서 잠이 안 옴.

씨발 수능때도 이정도로까지는 안 떨렸었는데..(ㅈㅅ 수시충임)

하도 잠이 안 와서 담배나 한대 더 필라고 당직사관한테 야간흡연 보고하려고 행정반 갔는데

당직사관이랑 당직병이랑 담소를 나누고 있더라

뭔 얘긴지 대충 들어보니 당직병이 당직사관에게 전역 후 반수 문제에 대해서 상담을 받고 있었음.(당직사관 한양대 알티 중위)

담배한대 피고 올라왔는데도 계속 얘기중이라 나도 옆에 앉아서 얘기에 껴들고 이야기 흐름이 대충 흐지부지 될 쯤에 

당직사관한테 폰 빌려서 기능시험 동영상 틀어놓고 당직사관이랑 당직병이랑 나랑 셋이서 차얘기 존나게 함(면허는 없어도 차에는 관심이 좀 많았었음.)

그러다가 한 새벽 1시쯤에 졸려서 자고 휴가 같이 나가는 후임이랑 5시반에 인나서 샤워하고 담배피고 6시반에 점호 받고 

7시에 행정반에서 총기수불대장 적고 7시5분에 지통실에서 출타자교육 받고 폰 받고 정확히 7시 10분에 호다닥 튀어나갔음.

아 시발 근데 군복입고 필기시험 보기가 좀 쪽팔려가지고 시험장 가기전에 후임 집 들러서 후임 옷 빌려입고 감

그렇게 후임이 서울 도봉 면허시험장까지 떨궈주고 후임 가기전에 같이 담배한대 피는데 얘 가고 혼자있음 존나 심심할것같더라

그래서 불쌍한척 존나 하고 점심도 사주겠다고 해서 담배 다 피고 집 가려는 후임 붙잡음..

접수하고 한 20분 지났나..필기시험을 봄. 이게..필기시험이 긴장이 존나 됐던 이유가

고졸 빡통들도 개나소나 다 쳐 붙는 시험 떨어지면 이거 개쪽이다 자살각이다 이런 생각들땜에 좀 긴장이 됐었나 봄.

근데 막상 보니까 진짜 생소한 도로교통법 이런 몇몇문제들 빼고는 대부분 중학교 수준의 사고력, 상황 판단력만 갖추면 무난하게 풀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더라

결과는 당연히 합격. 후임한테 합격했다고 얘기하니 축하한다는 얘기 없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길래 와 진짜 필기가 좆밥이긴 좆밥이구나 하고 느낌.

그렇게 면허시험장을 빠져나와 후임이 자주갔던 건대 쌀국수집에서 쌀국수 먹고 같이 코인노래방 갔다가 나와서 말출 복귀하면 보자고 한 뒤

후임 보내려는데 자기가 동서울터미널까지 태워주겠다더라 

태워주는것도 모자라 버스 시간까지 기다려 줌..

아 ㄹㅇ 감동받아서 이런게 전우애구나 하고 얘 똥꼬 존나 빰

얘가 선임들한테 존나 이쁨받긴 했음. 먼저 전역했던 선임들 중에서도 얘 욕하는 선임 한명도 못 봄.

이게 존나 아부 존나까고 해서 이쁨받고 하는 그런게 아니라 지 주특기 잘 하고 병영생활도 잘 하고 눈밖에나는 짓 일체 안 하고 

말도 조리있게 잘 하고 적당히 유머도 있고 해서 대부분 좋아했음. 

지금도 인서울 한 애들 보러 서울 갈 일 있으면 예정보다 일찍 올라가서 얘한테 먼저 무조건 연락을 함.

그렇게 서로 시간이 맞으면 간단하게 커피한잔 하거나 밥 한끼 하거나 함. 얘랑 서울사는 군대 애들 해서 술한잔 할 목적으로 서울 간 적도 몇번 있음.

필기 합격통보 받고 여친한테 전화해서 설레발 존나게 깜.

칭찬받을줄 알았는데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임. "응. 오빠 대전오면 몇시야??"..

"집 도착하면 한 4시정도 될것같은데??"

"아 그럼 나 학교끝나고 집 오면 5시정도 되니까 5시쯤에 울집와. 맞다 오빠 기능접수 했어?"

"ㄴㄴ"

"지금 해 오빠 폰 있지??"

"ㅇㅇ"

"ㅇㅇ 이따봐"

여친말대로 버스타고 집 가는길에 기능접수 하고 집 도착 후 짐 풀고 후임한테 빌린 옷 고이 접어 한쪽에 모셔둔다움 옷 입고 여친 집으로 감.

여친 아파트 현관에서 여친집 호수 눌러서 호출하니 "오빠 지하 3-5라인에 먼저 가있어 금방 내려갈게" 라고 함.

여친이 기능시험때 필요한 와이퍼나 깜빡이 상향등 등등 조작법 알려줌

이틀 뒤 기능시험 봄 90점 합격(가속구간 규정속도 미준수 감점)

임시면허 발급받고 다음날 새벽 3시쯤에 택시타고 여친집 감. 

차 한점 없는 뻥 뚫린 대전 외곽 도로에서 여친 주도하에 여친 어머니 차로 운전연습 함(자지도 여기서 아부지랑 운전 연습했다고 함.)

여친 운전경력 2년차. 여친한테 한 10분정도 욕 존나먹음.

일단 주행중 차선 유지하며 주행하는 것부터 해서 좌우회전 할 때 핸들 돌리는 타이밍 코너 돌 때 통과 타이밍이랑 유턴 어느지점에서 하는지부터 해서 이것저것 존나게 설명들음

씨발 오기생겨서 정신바짝차리고 각 상황마다 여친이 해준 말 상기하면서 최선을 다해 교육에 임함.

일정 속도로 일정 시간동안 주행도 해 보고 가다가 여친이 알려준 지점에서 유턴도 해 보고 코너도 돌아보고..

하다가 담배한대 피려고 "자기 나 담배한대 피고싶은데 갓길정차 해 볼게? 응?" 했더니

못미더운 표정으로 "할수있겠어?? 오바하지말구 천천히해바 진짜 살살" 

피식 웃어준 뒤 멋드러지고 스무스하고 깔끔하게 갓길정차 딱 박음. 그제서야 여친한테 비로소 칭찬을 들었음.

내려서 담배한대 피고 여친이랑 자주가는 국밥집까지 내가 운전해서 감. 

국밥 먹고 여친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도 내가 운전해서 감ㅋㅋ 운전 좆밥이네~

그렇게 말출 이틀전에 도로주행 시험 보고 가볍게 합격한 게 벌써 2년째네..(황색점멸신호 통과 규정속도 미준수 감점7점 93점)

시간 존나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