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선수에서 어느덧 팀의 대체 불가 선수로 자리잡았다. 바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이야기다.

kt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서 9-5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NC전 4연패를 끊어냈다.

이날 승리에는 로하스의 공수 맹활약이 있었다. 이날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로하스는 5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로하스는 두 번째 타석부터 안타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3회말 1사에서 좌전 안타를 만들어낸 이후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다음 유한준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어진 4회말 1사 1, 2루에서는 이민호를 상대로 적시 2루타를 만들어냈고, 이후 박경수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달아나는 점수를 올렸다.

팀이 8-3으로 앞선 6회초에는 호수비가 나왔다. 손시헌과 이호준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사 1, 2루 위기를 맞은 상황. 로하스가 이종욱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면서 NC로 넘어갈 수 있는 흐름을 붙잡았다. 로하스의 호수비에 힘을 낸 주권은 박민우에게 적시타를 맞긴 했지만 나성범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로하스는 호수비 후 바로 들어선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때려내면서 NC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로하스의 공수 맹활약 덕에 kt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로하스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지난 6월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첫 10경기에서 타율 0.167, 홈런은 하나도 없었고, 3타점에 그쳤다. 묵묵히 기다림 끝에 로하스는 제 몫을 해내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타율을 끌어올리더니 8월 초에는 3할을 넘어서기도 했다. 팀의 중심타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날 3안타를 더해 58경기 타율 0.299 14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 0.567, OPS 0.921까지 올랐다. 후반기로만 보면 홈런은 11개로 이대호(12개)만이 위에 있을 뿐이다. 손아섭, 로사리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로하스는 투수 성향에 맞게 타석 위치를 조정할 줄 아는 영리한 타자라는 점이다. 김진욱 감독이 칭찬할 수 밖에 없다.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스스로 타석 위치를 조정해 자신이 좋아하는 타구가 오게끔 해야 하는데, 우리 팀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 그나마 로하스가 투수 유형에 따라 타석에서 변화를 주는 선수다"라고 치켜세웠다.

로하스는 "자신에게 던질 것 같은 공을 예상하고 타석에 들어선다"며 "변화구를 던지게 되면 홈플레이트에 좀 붙어서 타격을 하고, 몸쪽으로 붙어오는 공을 대처한다면 조금 더 떨어져서 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석에서 변화를 주면서 한국 야구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날 로하스는 3루타만을 기록했다면 KBO 데뷔 첫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록이 무산됐다. 그는 "물론 아쉽긴 하다. 하지만 괜찮다"고 의연한 모습이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25경기. 어느덧 팀의 중심타자가 되어 있는 로하스의 초점은 '집중 또 집중'이다. 로하스는 "그동안 팀 승리가 적었는데,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해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