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kt는 3년 연속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4월과 9월 성적만 놓고 보면 kt는 바닥을 헤매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중순까지 10개팀 중 가장 높은 승률을 유지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시작과 끝만 좋은 시즌을 보냈다. 이유가 있다.

kt는 올시즌을 앞두고 열린 시범경기에서 7승1무3패로 창단 첫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13일까지도 선두 자리를 지키며 초반 돌풍의 팀이 됐다. 지난 2년간 꼴찌에 그쳤던 kt는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하는 듯 했다. 4월 15일까지만 해도 kt는 9승4패(승률 0.692)로 KIA(10승3패·승률 0.769)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버텨주던 마운드가 힘을 잃기 시작했고 투타엇박자가 심해졌다. 결국 지난 6월 21일 10위로 떨어진 뒤 위로 올라갈 계단을 찾지 못했다. 올시즌 지난달까지 141경기에서 49승92패(승률 0.348)에 그치고 있지만 지난달 치른 21경기에선 11승10패로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했다. kt는 1일 수원 KIA전에서도 돈 로치의 7이닝 1실점 역투와 오태곤, 김진곤, 남태혁 등의 홈런 등으로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노리던 1위 KIA의 발목을 잡았다.

올시즌 초반 kt의 초반 쾌조의 스타트는 치열한 내부경쟁 덕분이다. kt 김진욱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며 백지상태에서 시즌 그림을 그리게 됐고 선수들 모두에게 기회라는 동기부여가 됐다. 자연스럽게 캠프부터 선수들이 생존경쟁 구도를 그렸다. 주전자리를 꿰차기 위해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 올렸다. kt 구단 관계자는 “보통 선수들은 시즌을 길게 보고 6~7월까지 컨디션을 최상으로 맞춘다. 하지만 우리 팀의 경우 어린 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캠프 때 너무 빨리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면서 “시범경기부터 시즌 초반까지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페이스가 떨어져 갈수록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kt의 분석에 따르면 시즌 중반 부진은 이해된다. 그렇다면 시즌 막판의 분전은 어떻게 봐야 할까. kt는 심리적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낸 것에서 그 원동력을 찾았다. 이 관계자는 “(순위가)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선수들이 자신감도 잃었다. 최하위를 면해야한다는 게 갈수록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꼴찌가 확정되면서 그 부담감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다른 팀이 치열한 순위경쟁으로 인한 압박감 속에 경기를 치르는 동안 우리는 좀 더 편안하게 경기를 치른 효과를 본 듯 하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젊은 투수들의 각성도 시즌 막판 좋은 성적을 낸 자양분이 됐다. 후반기 선발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정성곤(21)이 좋은 예다. 정성곤은 올시즌 25경기에서 3승11패, 방어율 7.90을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방어율은 9.45(5경기 5패), 7월 방어율은 13.50(2경기 1패)로 좋지 않았다. 8월 3경기 방어율도 8.16(1패)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5경기에선 2승1패, 방어율 4.67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LG전(4이닝 6실점)까진 지난달 방어율이 3.13으로 좋았다. 9월만 놓고 보면 정성곤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선발투수였다.

kt는 올해 역시 시즌 초반 돌풍에도 불구하고 ‘꼴찌’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선전에서 내년을 위한 나름의 희망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