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니퍼트의 올 시즌 성적. 끔찍하기 그지 없다. 어제의 경기 덕에 그나마 5점대로 내려갔지만, 사실상 6점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여서 이렇게 끔찍한 성적을 내는걸까.

2. BB/9을 보면 아직 니퍼트구나.. 싶을 정도다. 돡 시절의 기록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 K/BB의 경우에도 4.00을 기록했다. 아직안 이닝이 적어서 구체적 평가가 힘들지만, 제구 등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K/BB의 경우, SK의 켈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K/9는 니퍼트가 7.52, 켈리가 10.8로 차이를 보임.)

그러나, ㅡ90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한 2015년을 제외하면ㅡ 2017년까지 2할 초중반의 타율을 보였는데, 올해 들어 3할 3푼으로 굉장히 늘어났다. 장타율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다 5할이 넘어가버렸다. 제구가 어느정도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쳐맞는 이유는 제구되는 배팅볼이 되어버렸다는 것임. 병신.

3.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공이 그렇게 병신 배팅볼인걸까?

지금은 폐급이어도 한 때 클래스가 있던 선수였기에 아직은 쓸 수 있는 구종이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역시 들어맞았다. 바로, 체인지업이다.

투수는 언제나 볼 아니면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타자는 그걸 쳐서 희생타, 안타, 파울, 홈런 등을 만들어낸다. 공을 던짐으로서 무조건 타자의 볼카운트, 아웃카운트, 주자의 위치와 득점 여부가 변화한다. 이 네가지 조건에 따른 기대득점을 구한 후, 그 투구된 공이 기대득점을 얼마나 변화시켰나 측정하면, 그게 플레이의 가치, 즉 구종가치가 된다.

니퍼트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간 좋았던 직구의 구종 가치가 -10.7이라는 극악의 성적으로 바뀐다. 이외에도 슬라이더와 커브 등 다른 구종 또한 개판이 된다. 커브야 이전부터 개판처럼 보였지만, 슬라이더의 경우 충격적인 수준이다. 16년 당시 해커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16.0이었고, 신재영은 25.9였다. 2016년의 신재영과 비슷한 수준의 가치를 지녔었던 슬라이더가 단 2년만에 무너진 것이 충격적이었다.

재밌는 점은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가 퐁당퐁당한다는 점.

개인적으로는 구종가치/100를 되려 더욱 중요하게 보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모든 구종의 가치가 하락한다. 직구의 경우, 보통 리그 선수들의 가치는 -1.5~1.5 정도로 분포해있고, 2 이상이면 리그 최고급인데, 니퍼트의 경우에는 -2.. 폐급 of 폐급의 직구.

4. 니퍼트는 그간 50%에서 60%를 넘나드는 직구 구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 처럼, 직구를 던졌을 때의 결과가 매우 안좋기 때문에 성적이 급하락 할 수 밖에 없었음.

작년엔 슬라이더가 구종가치 1등을 차지했는데, 그것마저 올해 탈탈 털리면서 니퍼트가 사실상 쓸 수 있는 방법은 얼마 없다. 그나마 체인지업? 합쳐서 약 70%가량 되는 두 구종이 망가지니 니퍼트도 돌아버리겠지. 내가 니퍼트였으면 바로 은퇴하고 해우재에서 맥주깠음.

5. 니퍼트의 피홈런 기록을 살펴보자.

5월 29일 조동찬 슬라이더
5월 29일 강민호 직구

5월 23일 나지완 슬라이더

5월 11일 전준우 슬라이더

4월 17일 로맥 커브
4월 17일 노수광 직구

4월 11일 김성욱 직구
4월 11일 스크럭스 커브
4월 11일 나성범 체인지업

4월 SK전까진 폼이 안올라왔다손 쳐도, 본격적으로 폼이 올라온 5월부터 슬라이더와 직구에서 집중적으로 홈런이 나오는 것은 이 두 구종의 가망이 사라졌다는 것.

6. 가면 갈 수록 리그의 타자들이 패스트볼 공략을 쉽게 하고 있음. 타고투저의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앞으료 몇 년 뒤까지 이어질거임.

이런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LG의 소사는 직구의 비율을 40퍼센트대로 줄이고 대신 스플리터를 대안으로 내세워 지난 해와 다르게 거의 30퍼에 다다르도록 사용하고 있음. 그 결과 타자에게 혼란을 줌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패스트볼 가치를 높힘.

니퍼트도 마찬가지로 소사와 같이 직구 비중을 줄이는 대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체인지업의 경우 구종가치가 1.62로 좋은 구위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작년까지만 해도 리그 최고였던 슬라이더가 평균 이하급으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체인지업 1툴이 되어버린 상황이라 니퍼트의 입장에선 이도저도 못할 거임.

결론 : 체인지업을 제외한 모든 구종이 평균 이하의 수준으로 떨어져있는 상황임. 직구의 비중을 줄이고 변화구를 통해 타자에게 혼란을 주려고 해도, 슬라이더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음. 체인지업만으로 타자를 상대할 수는 없음.

은퇴를 하거나, 전성기 때 만큼의 실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함. 직구는 어차피 타자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던지는 샷이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슬라이더의 회복은 매우 필수적임.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니퍼트는 은퇴를 하는게 오히려 덜 추하지 않을까 싶음.

은퇴해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