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턴과는 분명 다르다. 단장과 선수가 두 차례나 만나 식사를 했고, 세번째 만남에서는 선수 아내까지 동반한 자리를 만들었다. 향후 단장과 선수가 몇 차례 다시 만날 예정이다.

차명석 LG 신임 단장과 자유계약선수(FA)의 박용택의 만남이 진행 중이다. LG 선수 출신인 차 단장과 LG에서 17년을 뛴 박용택이 선수생활을 함께 한 적은 없다. 차 단장이 은퇴한 이듬해인 2002년 박용택은 프로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둘은 LG 투수코치와 간판선수로 적잖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보통의 단장·선수 사이 이상의 친밀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는 단장과 선수의 입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FA 협상은 말 한마디에 계약 액수가 달라지는 ‘비즈니스’다. 그렇다면 둘 사이에는 제3자로 선수를 대변하는 에인전트가 끼어 있어야 한다. KBO리그에서는 올해부터 대리인 제도를 공식화해 대부분 FA들이 에이전트를 첫 만남부터 앞세우고도 있다. 그런데 차 단장과 박용택의 테이블에는 제3자가 없다. 차 단장은 “직접 만나고 있다”며 웃었다.

박용택은 이 대목에서 에이전트를 대동하지 않는 이유를 소신껏 밝혔다. “첫째는 나 이상으로 나를 잘 어필할 사람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과거 FA 때도 그랬지만, 다른 구단을 찾아다니며 얘기할 일이 없기 때문에 (에이전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박용택은 선수 중에서도 달변가로 통한다. 능수능란한 화술과 미사여구로 좌중을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기 생각을 누구보다 명료하게 정리하는 데 매우 능하다. 그래서 박용택은 기자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로도 꼽힌다.

그러고 보니 스타 해설위원 출신의 차 단장 또한 말 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름이다. 차 단장과 박용택의 협상은 그래서 매우 흥미롭다.

LG는 MBC청룡의 전신으로 1990년 창단해 수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지만, 이들을 레전드의 역사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떠나는 선수와 보내는 구단 모두 흡족한 분위기로 끝을 본 적이 없다. 선수생활 말미에 SK 트레이드로 된 이상훈, FA 협상에서 찬바람을 맞고 은퇴 시점이 급속도로 당겨졌던 유지현, 2군에서 은퇴를 기다려야 했던 이병규 등 적잖은 이름들이 선수생활의 피날레를 시련 속에 마쳤다.

박용택은 어쩌면 LG 역사상 가장 프랜차이즈 스타 역사상 가장 순탄한 길을 걸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선수 본인이 끝까지 ‘LG맨’이고 싶어했던 불변의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박용택의 FA 계약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협상 과정과 결과 모두 산뜻해야할 이유는 여럿 있다. 박용택의 계약은 LG 역사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력으로 국가대표급인 단장과 선수의 ‘다이렉트 협상’은 여러 모로 주목받을 만하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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