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필요한데…신구장 계획으로 마냥 낙후되는 잠실구장

22일 두산-LG전이 열릴 예정인 잠실구장이 폭염으로 데워져 있다. 텅빈 그라운드에 선풍기가 열풍기처럼 돌아가고 있다. 2018. 7. 22.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현재 잠실구장은 그라운드 공사가 한창이다. 그라운드 흙이 6년 만에, 그라운드 잔디는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전면교체된다. 내야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잠실구장 특유의 강한 바운드 타구도 2019시즌에는 보다 약해질 전망이다.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과 LG가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 그라운드 상태 내부 검토를 요청했고 서울시에서 예산 10억원을 지원받아 그라운드를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원정팀 편의시설 문제와 관중들을 위한 시설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원정팀 선수들은 비좁은 복도에 의류와 장비 등을 두고 홈팀 라커룸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공간에서 옷을 갈아 입는다. 선수가 간단하게 몸을 풀 수 있는 공간도 없다. 루틴이 확실한 선수들은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 부근에서 몸을 푸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과거 NC에서 뛰었떤 에릭 테임즈의 경우 중앙 출입구에서 줄넘기하는 모습이 꾸준히 포착되곤 했다.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리는 한국야구의 메카인 잠실구장이지만 선수들을 위한 환경은 형편없다.

관중석을 포함해 팬을 위한 시설도 마찬가지다. 평균체형이 날로 커지고 있으나 잠실구장 관중석은 20~3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이따금씩 손상된 좌석을 교체하는 수준이다. 의자 자체가 작을 뿐더러 좌석간 공간도 비좁다. 테이블석의 경우 테이블과 의자의 간격도 애매하다. 경기 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의자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행으로 느껴질 만하다. 최근 문을 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고척스카이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 새 야구장의 관람 환경과는 천지차이다. 건축된 지 15년이 넘은 인천SK행복드림 구장도 매년 편의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의 잠실구장 관리는 낙제점에 가깝다.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지만 서울시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두산과 LG가 잠실구장 리모델링을 요청하면 서울시는 잠실 신구장 계획을 강조한다. 어차피 새 구장이 지어지니까 그 때까지 참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기약이 없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을 비롯한 서울시 대형 프로젝트에 잠실 신구장 건립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시공시점은 물론 정확한 시공장소도 미정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AT&T파크 처럼 한강을 등지고 야구장을 만든다는 계획도 있는데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울시가 몇 달 전 두산과 LG 구단 담당자에게 초유의 내야 비대칭구조 야구장 도면을 펼쳤다가 망신만 당한 일화도 있다. 언제나 그랬듯 야구와 무관한 공무원들이 신구장 사업을 주도한다.

두산과 LG 구단은 잠실 신구장 완공 시점을 빨라야 2025년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6년 동안 900경기 이상을 치른 후에야 새 구장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마산 신구장이 완공을 눈앞에 뒀고 대전도 신구장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잠실구장은 앞으로도 원정팀 선수들이 피하고 싶은 최악의 구장으로 남을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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