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 사건 때문에 마음속으로 10장 깎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LG 트윈스에 잔류한 박용택이 10일 네이버 팟캐스트 <라디오볼>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특히 협상 기간 도중 부인의 SNS에 공개된 '쌈 싸먹어' 사건이 오히려 LG에 남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이던 11월 26일 오후. LG 팬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박용택의 부인이 깻잎 한 장으로 얼굴을 반 쯤 가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LG 쌈 싸먹어'라고 써 놓은 게 삽시간에 여기저기 퍼졌기 때문이다. 이에 LG 팬들은 박용택과의 협상이 결렬됐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집단 멘붕에 빠졌다. 

박용택은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우선 와이프는 나한테 엄청 혼났다. 나는 SNS 이런 거 전혀 하지 않는다. 와이프는 좋아해서 예전에 공개적으로도 하고 그랬는데 하도 내가 잔소릴 했더니 요즘 자제하나 했는데 갑자기 욱했나보더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날 낮에 단장님과 복국을 먹고 나와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문자가 와 있더라. 전화를 했더니 울고 있었다. 해킹을 당했느니 어쩌느니 해서 일단 전화를 끊고 보니까 나에게도 메시지가 여러 통 와있었다. 팬들로부터 와이프가 올린 사진과 함께 '떠나신다는 거죠. 잘 가요'라든지, 비아냥거리는 거리는 분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때, 남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10개 접었다. 10억 아끼고 이걸로 와이프에게 평생 우위를 점할 '건수'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은 그리고 예전에 찍은 건데 순간적으로 욱했는지 올렸나 보다"라면서 "그 와중에 자기 예쁘다는 댓글들을 보면서 좋아 하더라"고 웃었다. 

다음은 <라디오볼> 인터뷰 전문

▲50억에 도장을 찍을 줄은 몰랐는데?

농담으로 인생 길게 본다고들 한다.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축하 전화나 메시지 많이 받았는데 어른들이 하나같이 말씀하신 게 있다.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어른들 말씀이 그런 걸 보면 분명히 좋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협상 기간 동안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사실 힘들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막상 협상에 들어가니까 (다른 선수들 계약 규모를 알게 되면서) ‘세상이 이런 것인가. 내가 다른 것을 생각해봐야 하나. 꿈을 포기해야 하나’ 등등 고민이 생기면서 정말 힘들었다. 2~3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구단의 진심을 어떻게 느꼈나

단장님은 거짓말을 잘 못한다. 남 속이고 이런 거 못한다. 어른에게 죄송스런 말이지만 수가 빤히 보였다. 되게 솔직하신 분이다. 정말 이런저런 이야기 다 하시는 분이다. 협상 처음에는 솔직히 의심을 조금 했다. 그러나 계속 만나다 보니까 진심이란 걸 알게됐다. 차라리 이게 협상 스킬이었으면 맞불을 놓았을 텐데 진심이란 걸 알게 되니까 더 힘들더라. 

▲‘쌈 싸먹어’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 달라.

우선 와이프는 나한테 혼났다. 나는 SNS 이런 거 아무것도 안 한다. 카톡 한 지도 얼마 안 된 정도다. 그런데 와이프는 그런 걸 좋아한다. 공개적으로도 하고 그러다가 하도 잔소릴 하니까 비공개로 하긴 했는데. 

일단 그날이 협상 마지막 날이었다. 복국을 먹고 나와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문자가 왔더라. 전화를 했더니 울고 있었다. 이러저러해서 해킹을 당했느니 어쩌니 하길래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봤더니 그 사진과 함께 ‘떠나신다는 거죠 잘가요’ 이런 메시지도 와있고 비아냥거리시는 분들도 계셨다. 사실은 그때 10개 정도 접었다. 10억 아끼고 이걸 평생 동안 와이프에게 건수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은 예전에 찍었던 건데 순간적으로 욱했는지... 그 와중에 또 여기저기서 자기 예쁘다는 댓글들을 보고는 좋아하더라.

▲사실 아내를 만나고부터 야구가 잘 되지 않았나

오늘(10일) 결혼기념일이다. 생각해보니까 요즘 다들 뭐 시상식에서 와이프 사랑한다 어쩐다 많이 하더라. 그거 다 집에서 안하니까 나와서 하는 거다. 저는 집에서 항상 해서 잘 안하는데 오늘 ‘쌈 사먹어’까지 나왔으니까 한마디 하겠다.

진영아 우리가 만난 지도 10년이 넘었고 결혼 10년차가 됐네 정말 어려운 일 많았고 속상한일 많았지만 옆에 항상 있어주고 항상 무덤덤하게 대범하게 쿨 하게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끌어줘서 고맙다. 사랑하고 오늘 여보 좋아하는 스테이크 두꺼운 거 맛있게 먹고 앞으로 100년 갈 결혼 생활 멋있게 살아보자 사랑한다.

▲벌써 개인 훈련 시작? 아픈 투수들이 많은데?

옛날에는 사실 FA먹튀도 상당히 많았다. 요즘 선수들이 FA를 했다고 배가 불러서 그런 걸로 인해 나태해지고 약해질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부상이 있어서 그런 거 때문에 부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요즘엔 모든 선수들이 돈 받는 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목표의식도 뚜렷하게 갖는다.

▲다음 시즌 LG 전망은?

당장 개막전에 나설 수 없는 투수가 둘이다. 그게 변수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런 기회들이 생기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빵 하고 나타나야 우승으로 갈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와줘야 되는데?

요즘 동생들은 치열하게 운동하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만 코치들이 나와서 스케줄을 주고 하는데 말도 안 되게 어마어마하게 줬더라. 어린 선수들 운동하는 거 보니까 쉴 수가 없겠더라. 야수도 야순데 특히 투수 어린친구들이 ‘이게 기회다’라고 생각하는지 무섭게 하더라. 

▲올겨울 팀의 레전드들이 좀 안 좋은 모습으로 떠났는데?

우선 프로는 프로다. 우린 프로니까 정이나 그런 건 두 번째 문제다. LG에서 박용택이란 사람을 필요로 해야한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프런트 직원으로서든 뭔가 그런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프로니까 그런 능력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미래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해보게 되더라. 예전에 철없을 때는 옷 장사하고 싶었다.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까 배운 게 야구라고 결국 야구 쪽 일을 해야 할 텐데 아직 정하지 못했다. 타격코치 욕심도 많이 있다. 지금도 공부하고 앞으로도 공부해야 되고 야구는 답이 없다. 파고 또 파다보면 나오는 부분도 있다. 프런트 쪽에서도 선수단을 서포트 할 수 있는 역할도 생각해 봤다. 선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좋은 부분도 느꼈다. 해설도 물론 재밌을 것 같다. 요즘 선배님들이 하나같이 해설을 하면 야구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포수 뒤에서 보는 야구가 다르다고. 그래서 포수출신이 감독을 많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