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5월까지 30경기 정도만 버텨줘도 대만족이다.”

단순히 전력강화만 바라본 영입이 아니다. 투수진의 상태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짜낸 묘수다. LG 차명석 단장이 베테랑 투수 심수창(37)과 장원삼(35) 영입을 통해 2019시즌 중반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LG의 2017시즌과 2018시즌 대추락 원인은 마운드다. 시즌 중반까지 나름 단단했던 투수진이 100경기를 넘긴 시점부터 급격히 무너졌다. 2017시즌 후반기에는 불펜진이 붕괴돼 동력을 상실했고 2018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붕괴됐다. 144경기 마라톤을 소화하기에는 투수들의 머릿수부터 턱없이 부족했다. 2년 전인 2016시즌만 해도 LG는 시즌 중반부터 꾸준히 지원군이 합류했다. 대체 외국인 선발투수였던 데이비드 허프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마운드에 올라 선발진을 이끌었다. 김지용도 후반기부터 셋업맨으로 자리매김하며 임정우와 필승공식을 완성했다. 디스크 수술로 이탈했던 정찬헌도 시즌 막바지 불펜진에 포함돼 필승조의 부담을 덜었다.

감독들은 144경기를 완주하기 위해선 최소 투수 25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 단장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차 단장은 “현재 우리 투수 중 1군 전력으로 판단할 수 있는 투수가 20명이 안 된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시즌을 보낼 수 없다”면서 “장원삼과 심수창을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이 5월까지 30경기 정도만 버텨줘도 대만족이다. 6월부터 투수 가용자원이 22, 23명 수준으로만 늘어도 지난 2년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6월부터 치고 올라갈 수 있게 투수진을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장원삼과 심수창의 보직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 LG 마운드 구성과 두 베테랑 투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시즌 초반 장원삼은 선발진, 심수창은 불펜 필승조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 차 단장은 “차우찬과 류제국의 복귀시점을 5월, 늦어도 6월로 잡고 있다. 그 때까지 선발진이 어떻게든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불펜진에 대해선 “신인 드래프트로 불펜 즉시전력감을 뽑은 것은 맞다. 하지만 신인은 상수로 둘 수 없다. 이정용도 신체검사 결과 휴식과 보강을 위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신인들은 제대로 준비시키고 6월 혹은 7월부터 1군에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찬헌, 신정락, 진해수, 최성훈, 최동환 등 기존 불펜진에 심수창이 합류해 5월까지 버티고 이후 빼어난 구위를 지닌 신인들을 불펜진에 투입해 필승공식을 세우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차 단장은 “한 시즌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선 투수들도 어느 정도 로테이션이 필요하다. 시즌 초반에 잘 던진 투수들은 여름에 휴식을 주고, 초반에 쉰 투수들을 여름에 1군에 올리는 식으로 마운드를 구상하고 있다”고 양질의 투수진을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차 단장은 투수코치였던 2013시즌 LG 암흑기 탈출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당시도 차 단장은 미국에서 돌아온 류제국의 합류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뤘다. 수술 경력이 있고 군 복무 후 5년 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류제국이 무리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도록 5월 중순 이후로 합류시점을 잡았다. 류제국은 차 단장의 기대대로 맹활약을 펼치며 토종 선발진의 기둥이 됐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신재웅에게는 마운드 상황에 맞춰 스윙맨 임무를 맡겼다. 장원삼이 당시 신재웅처럼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 더할 나위 없다. 

차 단장의 그린 마운드 청사진이 고스란히 실현돼야 LG의 3년 만의 가을야구 진입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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