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55) LG 감독은 요즘 불펜투수들만 보면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짓는다.

한때 팀의 큰 고민거리였던 LG 불펜이 시즌 초반 양적, 질적으로 모두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다. 3일까지 LG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0.96. '철벽'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다른 팀들과 격차가 큰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전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은 "우리 팀은 지금 '지키는 쪽'이 잘 되고 있다"며 "선발투수 뒤에 신정락, 최동환, 고우석, 정찬헌, 이우찬, 진해수, 정우영이 나가는데 모두 다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마무리 정찬헌도 든든하다"며 흐뭇해했다.

신인 정우영의 존재감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띈다. 올해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에 지명돼 LG에 입단한 사이드암 정우영은 3일까지 팀 불펜진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3일 대전 LG전에선 다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데뷔 이래 5경기·9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스프링캠프에서 잠재력을 확실하게 드러냈고, 개막하자마자 빼어난 구위와 담력으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연일 상대 팀 감독들과 타자들이 찬사를 쏟아낼 정도다.

롱릴리프 이우찬의 성장도 큰 힘이다. KBO 리그 역대 최다승 투수인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의 조카인 그는 올해 선발투수가 일찍 강판한 경기에서 허리를 떠받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류 감독은 "이우찬이 올해 들어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그런 친구가 있으면 지난 2일 경기처럼 선발투수가 초반에 흔들린 경기에서도 잘 버텨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칭찬했다.

물론 다른 불펜진도 감독 시선에선 기특하기만 하다. 소방수 정찬헌과 불펜 신정락, 최동환 역시 개막 후 10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고우석과 진해수는 실점을 기록했지만, 충분히 1~2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게 감독 판단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LG는 지난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5.62로 무척 높았다. 10개 구단 가운데 9위에 머물렀다. 확실하게 믿고 필승조 역할을 맡길 만한 투수 수도 많지 않았다. 올해는 다르다. 기존 멤버는 한 단계 성장했고, 강력한 새 얼굴이 가세해 날개도 달았다. 여러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상향 평준화를 이뤘다.

3할 타자가 채은성 한 명밖에 없는 LG가 시즌 초반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단연 '불펜의 힘'이다. LG 불펜은 이제 '애물단지'에서 '승리 보증수표'로 탈바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