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일이 없는날은 낮에 시간보내기가 너무 힘들다

빈둥빈둥 하다보면 시간은 가지만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괜히 기분이 착잡해지기 때문이다

오후 5시쯤 되었을까

답답한 마음이 들어 고시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담배한가치에 불을 붙이고 한숨과함께 연기를 내뿜는다

늘상 보는 풍경이지만 싫지만은 않다

간만에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친구놈이다

내용인즉슨 오늘 저녁에 일찍 퇴근하는데 저녁이나 먹자는 얘기였다

친구 회사는 여의도이다

영등포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항상 술한잔 할때마다 으례 계산은 친구놈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2만원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고시원을 나섰다

영등포역에 도착해서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 저만치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바로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 뭐 먹을래 ? \'

먹자골목 입구에서 항상 녀석이 묻는 질문이다

\' 꽃등심 \'

\' 에라 ~ \'

뭐 먹을래 . 꽃등심 레파토리는 벌써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오랜기간 서로 주고받던 흰소리다

가까운 갈비집에 자리를 잡고 돼지갈비와 소주를 시켰다

석쇠 위에 고기가 올라오자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냄새가 향기롭다

침을 꼴딱 넘기고 아쉬운대로 밑반찬으로 젓가락을 가져갔다

어느정도 술과 고기를 먹었을때쯤

친구놈이 울적한 얘기를 시작한다

마누라 얘기 애들 얘기 직장 얘기... 기타 고민들

돈도 많이 버는놈이지만 인생의 짐은 가난한자나 넉넉한자나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위로의 말을 건네며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덧 4병이나 마셨다

녀석은 시계를 보더니 그만 들어가 보겠다고 한다

너무 이르다고 만류하는 나를 뿌리치며 기어이 택시를 탄다

잘먹었다는 내 말은 들었을런지...

먹자골목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뒤로하고 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