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너무 괴로워 큰 맘 먹고 쇠주 두병 사서 동네 놀이터 벤치에 앉아 나발을 불었다.
그래도 안주는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주식으로 먹는 제일 싸구려 라면 스넥면 한봉다리 가져다가
병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한모금 두모금 세모금 모금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눈의 촛점은 흔들리고
내 마음 또한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평소 같이 날이 좋은 날에는 고딩년으로 추정되는 토실토실한 미래의 창녀들이 똥꼬치마 입고선 씨발씨발 거리며 오손도손
잡담을 나누어 겠지만 날씨가 개떡같이 반나절 소피를 참다가 인내심에 다달어 분출 하는 듯한 굵고 강한 빗줄기 때문인지
그 양아치로 득실 거리던 놀이터 마저도 왠지 모를 고독함과 한적함에 내 마음 또한 우울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한시간쯤이 지났을까.. 쇠주를 먹으며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가고
그 결과 나에겐 미래란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에서 없는 것이다. 라는 단정과 결론을 지었다..

그냥 무슨 귀신이 씌였는지 딱 보기에도 의류 수거함에서 훔쳐 입은 듯한 후줄근한 드레스 코드인데
뭐가 아쉬울게 있냐며 그냥 비바람 맞으며 산책이자 하자는 마음에 길거리를 배회를 했다.

걷고 또 걷고 걸으며 또 걸으며 걸으면 걸을수록 비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마치 벌을 받거나 하늘이 나를 놀리는 느낌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거나 외로울때면 하늘을 향해 원하는 바를 외치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느님에게 고해성사를 하지만
나는 하늘마저 버린 쓰레기 라고 놀리는듯이 한자락의 희망 대신 절망만 주는 하늘이 미웠다.

사실 비바람을 맞는 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정말로 울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운다면 다들 비아냥 거리는 시선으로 바라 볼 것이 분명했다. 날씨가 궂은 것을 기회를 삼고 비바람을 맞으며 또 걸으며 하루쟁일 울었다.
내 얼굴에서 흘러 내리는 것이 눈물인지 빗물인지 나말고는 아무도 모를테니 말이다..

그렇게 두어시간이 흘렀을까.. 눈물로 모든 것을 쓸어내리지는 못한듯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 뒤에는 후련함 보다는
왠지 더욱 처량해지는 느낌에 눈물 보다 더한 분노가 마음을 도배해버렸다..

빗물도 막아주지 못해 천장에 물이 뚝뚝 새는 빈민가에 조촐한 나의 집에 다시 돌아왔을때 그 분노가 더 극에 달했다.
어떤이들은 그럴듯한 공구리 집에서 비바람을 피해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사는데 왜 나만 곰팡이가 마누라인 이 집구석에서 살아야하는지..

낼모래 마흔이 되어가는 나..
하루가 다르게 몸이 쇄약해져 맥아리가 없는 나..
배운 것도 가진 것도 무엇하나 없는 나..
더욱 슬픈건 비 맞고 돌아와 입을 옷이 없어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는 나..

그래도 한가지 위안을 삼을 수 있는건
로갤러들이 짊어 쥐고 또한 경혐해봐야 할 인생의 모든 비바람을 내가 대신 맞고 있다고 생각해주니
버틸만한 힘이 생기는거 같다..

토종 로갤러이자 프로 디시인으로써 살아가는 삶이란 참으로 애절하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