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한부적 연애의 모든 것,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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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한부적 연애의 모든 것,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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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3 20:25:04

조회 66 추천 0 댓글 0

[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장편소설 35쪽에 실린 문장이다. 그렇다. 사랑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계기로 사람을 흔들고, 이별은 명확한 환부를 남긴 채 사람을 속절없이 무너뜨린다. 시한부적 연애의 한계에 직면한 인간은 이 필연적인 낙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멜로 드라마, 로맨스 영화에서 이 대전제는 무화되고 만다. 더 정확히 하자면, '이별'의 순간을 삭제하고 '사랑'의 환락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야 하려나. 사각 스크린 안에 남녀는 그렇게 서로를 향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는 불멸의 연인인 채로 남고 만다.

한편, 그러한 화려한 커튼을 걷고 연애의 지질하고 아픈 속내를 건드리는 영화도 있다. 바로 . 무려 20여 년 전에 개봉한 구작임에도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연애의 다양한 변곡점들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재현해 냈기에 여타 멜로물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강력한 여운이 남는 것.

모든 사랑의 시작이 그렇듯, 극중 두 남녀는 우연한 심지어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사건을 계기로 마주한다. 그 주인공은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와 하반신 장애로 인해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유모차에 몸을 실었던 '조제'다.

비탈길로 돌진하던 조제의 유모차를 츠네오가 막아 선 그날부로 둘은 서로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잦은 만남으로 호기심은 궁금증이 되고, 궁금증은 호감이 된다. 강렬한 끌림을 느껴왔지만, 친구 사이에 불과했던 둘은 조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회하며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연인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호랑이, 물고기, 그리고 바다를 보는 게 소원이던 조제의 순수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고, 폐쇄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자유와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던 츠네오지만, 휠체어 없이는 거동조차 불편한 그녀의 장애는 점차 그에게 짐이 되고 만다. 결국 끝을 직감한 그들은 친구로도 남을 수 없는 남으로 갈라서고 만다.

조제와 츠네오는 서로에게 명백한 사랑이었다. 편견을 거두고 조제에게 애정 가득한 진솔한 눈빛을 보내던 츠네오. 그런 그에게만큼은 견고했던 마음의 벽을 허물고 고백했던 조제. 그러나 모든 평범한 시한부적 연애의 끝이 결국은 이별을 향해가듯, 그들 또한 서로를 놓고 놓아줌으로써 종반에는 결별에 이른다.

달아난 츠네오의 오열이나, 남은 조제의 담담한 작별인사는 어느 쪽이건 사랑의 끝에서 보편적으로 경험해봤을 순간을 복기시킨다. 언제나 그렇듯, 영원을 약속했던 사랑이 지고, 먼저 그 관계로부터 이탈해버린 순간, 애석한 상대로부터 미련을 거두고 내 마음마저 정리해야 했던 순간의 모든 아린 기억들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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